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강렬한 AI 투자 의지와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빚 청산 작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며 반도체 수급 악재가 해소되고 있다. 미국에서 날아든 낭보에 SK하이닉스 주가는 31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2009년 하이닉스 반도체 시절 이후 처음이다. 반도체 수급 불안을 뒤흔든 핵심 변수들을 분석했다.
● 빅테크의 거침없는 AI 투자
글로벌 증시를 짓누르던 AI 수익성 우려를 불식시킨 것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압도적인 실적 수치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부문인 애저 매출은 전년대비 43% 급증했고, 아마존의 AWS 매출도 36.7% 늘어나며 AI 인프라 수요가 견고함을 증명했다.
잉여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아마존이 최근 12개월 기준 -76억달러로 적자전환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196억 4000만달러로 전년대비 23% 감소했다. 하지만 두 기업은 투자 축소 대신 공격적인 증액을 선택했다.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를 기존 2000억 달러에서 2200억 달러로 올려잡았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1750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차질 없이 유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든든한 실적을 바탕으로 AI 인프라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계속 투입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 빚투 나선 헤지펀드…디레버리징 '막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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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급 측면에서 큰 악재였던 해외 헤지펀드들의 과도한 레버리지 청산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표적인 사례가 오픈AI 연구원 출신인 리오폴드 애션브레너의 헤지펀드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다. 설립 불과 2년만에 운용자산 400억달러를 끌어모은 이 펀드는 극단적인 바벨 전략을 취했다.
자기자본의 4배까지 빚을 내서 샌디스크, 네비우스, 블룸에너지 같은 AI 인프라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 마이크론 콜옵션도 3% 비중으로 담았다. 동시에 하락장에 대비해 SMH ETF 풋옵션(14.94%), 엔비디아 풋옵션(11.47%)으로 채우며 절반 가량을 하락 베팅으로 채웠다. 풋옵션은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주가가 하락할 때 손실을 거둘 수 있다.
문제는 7월 조정장에서 발생했다. 풋옵션을 건 대형주는 덜 빠지면서 수익성이 제한됐다. 반면 빚으로 사들인 샌디스크, 마이크론(콜옵션) 등은 50% 넘게 폭락하며 엇박자가 났다. 마이크론 콜옵션 가치는 0원으로 증발했다. 증권사들의 기계적인 마진콜(추가 담보 요구)이 터지면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 펀드는 SK하이닉스 ADR 상장 당시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타진했던 큰손이었다. 들고 있던 물량이 장내 매도 폭탄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오버행 공포가 한국 증시를 무겁게 눌렀다.
하지만 운용자산 710억 달러의 거대 헤지펀드 시타델이 구원투수로 나섰다. 시타델은 시추에이셔널이 차입금으로 들고 있던 부실 주식 포트폴리오를 장외 블록딜로 통째로 인수한다는 소식을 30일 전했다. 하한가 직전의 헐값 매물을 대형 업체가 흡수해주면서 시장을 덮칠 뻔했던 연쇄 폭락의 고리가 끊겼다. 하이닉스 오버행 우려도 일거에 해소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큰손들의 매도 과정이 이미 7부 능선을 지났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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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급락으로 MSCI 신흥국(EM) 지수 내 비중이 줄어든 것이 핵심 요인이다. 6월 중순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크게 오르며 EM 지수 내 비중은 각각 8.16%, 7.65%까지 올랐다.
유럽계 펀드의 운용 규칙인 UCITS는 개별 종목을 10% 이상 담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유럽계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은 종목당 7~8% 수준을 자체 기준으로 설정해두는 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 자체 기준을 넘기며 기계적 매도가 쏟아진 배경이다.
다만 7월 하락기를 거치며 EM 지수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중은 각각 6.01%, 4.77%까지 줄었다. 종목별 비중에서 여유가 생기면서 해외 펀드의 기계적 매도세는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 빚내서 투자하던 헤지펀드 줄청산
다음으로 헤지펀드의 레버리지 포지션 청산(디레버리징)은 절반 이상 진행됐다고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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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P모건 프라임북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투자 방향성을 보여주는 롱/숏 포지션 배율은 6월 중순 5.5배를 넘어섰다. 빚을 내서 투자한 헤지펀드가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비중이 하락 베팅보다 5.5배나 많다는 의미다.
하지만 7월 접어들며 글로벌 반도체주들이 급락했다. 시추에이셔널처럼 마진콜에 직면한 헤지펀드들은 주식을 강제 매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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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롱 포지션 청산이 여러 헤지펀드에서 이어지며 현재 롱/숏 포지션 배율은 4배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월가가 안정권으로 보는 정상 수준이 2~3배 수준임을 감안하면 현재 절반 이상 청산이 진행된 셈이다.

● 국내 레버리지도 진입 장벽 높여
국내 제도 변화도 투기성 자금의 회전 속도를 억제하는 효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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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종목 레버리지 예탁금이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3배 상향됐고, 주식이나 채권을 증거금으로 인정해주던 대용증권 활용도 전면 금지됐다. 국내 레버리지 투자 자금이 유입되는 허들을 높인 셈이다.
수급 꼬임이 풀리면서 한국 반도체 대장주들의 극심한 저평가 상태가 강한 반등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4.44배, SK하이닉스는 3.30배에 불과하다. 미국 마이크론이 4.77배, 샌디스크 15.80배, TSMC 22.78배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결과적으로 △AI 투자 위축 우려 불식 △유럽계 펀드(UCITS) 매도 90% 이상 종료 △헤지펀드 디레버리징 절반 이상 진행 △국내 레버리지 규제 강화 △12개월 선행 PER 3~4배 수준의 밸류에이션까지 겹쳤다. 반도체 대장주를 억눌렀던 수급 악재는 확연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