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가 모처럼 크게 오르고 있습니다. 마켓딥다이브 전효성 기자와 함께 반도체주를 둘러싼 수급 상황을 진단해보겠습니다. 먼저 오늘 국내 대형 반도체주들이 크게 오르는게 간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던 영향이 크죠?
<기자>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양호한 실적과 함께 AI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부문인 애저 매출은 전년 대비 43%나 급증했고, 아마존의 AWS는 36.7% 늘었습니다. 그동안 시장을 짓눌렀던 AI 수익성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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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최근 12개월 기준 -76억 달러 적자전환)과 MS(196억 4000만 달러, -23%) 모두 잉여현금흐름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앤디 재시 아마존 CEO는 실적 발표 후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투자 규모를 기존 2000억 달러에서 2200억 달러로 올려잡겠다고 밝혔습니다.
MS 역시 CAPEX 투자를 기존 계획(1750억 달러)로 유지하겠다고 밝혔죠. 글로벌 기업들이 여전히 AI 인프라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이 확실한 숫자로 증명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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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수급 불안도 진정되는 분위기라고요?
<기자>
반도체 주가를 짓누르던 주범 중 하나가 해외 헤지펀드들의 레버리지 투자였는데 이 부분도 정리가 되고 있습니다.
AI에 집중 투자하는 '시추에이셔널 어웨어니스' 사태가 대표적입니다. 오픈AI 연구원 출신(리오폴드 애션브레너)이 지난 2024년 설립한 헤지펀드입니다. 설립 2년여만에 운용자산이 400억 달러를 웃돌 만큼 덩치를 키웠습니다.
이들의 투자 방식은 철저하게 양극단으로 나뉜 바벨 전략이었습니다. 자기자본의 4배까지 빚을 내서 샌디스크, 네비우스, 블룸에너지, 마이크론 콜옵션 같은 AI 인프라 주식을 대거 쓸어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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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풋옵션으로 하락에도 배팅했습니다. 3월말 기준 13F 공시를 보면 총자산 137억 달러 중 14.94%를 SMH ETF 풋옵션, 11.47%를 엔비디아 풋옵션으로 채우는 등 절반 가량은 하락 방어용 풋옵션으로 세팅해뒀습니다. 다시 말해 대형 기술주는 풋옵션으로 하락에 베팅하고, AI 인프라 주식은 빚을 내서 매수하는 극단적인 롱숏 플레이였습니다.
하지만 7월 조정장에서 풋옵션을 건 대형주들은 덜 빠진 반면, 빚으로 직접 산 샌디스크 등은 50% 넘게 폭락하면서 엇박자가 났습니다. 3% 비중으로 설정돼 있던 마이크론의 콜옵션은 증발했을 것으로 추정되고요. 결국 증권사로부터 '빚을 낸 만큼 돈을 채워넣으라'고 하는 마진콜을 받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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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추에이셔널로 대표되던 헤지펀드의 디레버리징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AI와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수급 왜곡이 진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 사태가 국내 반도체 투심을 무겁게 억눌렀던 결정적 이유는 SK하이닉스와의 연결 고리 때문이었습니다. 시추에이셔널은 베일리기포드, 코튜매니지먼트 등과 함께 SK하이닉스 ADR의 상장 과정에서 최대 7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타진했던 투자자였습니다.
구체적으로 얼마나 배정받았는지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펀드가 파산 위기에 몰리자 이들이 쥐고 있던 SK하이닉스 물량마저 시장에 매도 폭탄으로 쏟아질 수 있다는 오버행 공포가 극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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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수십조원 단위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지는 시나리오는 피했습니다. 운용자산 710억 달러를 굴리는 헤지펀드 시타델이 구원투수로 등판했기 때문입니다. 시타델은 시추에이셔널의 상장 주식 포트폴리오 중 차입금으로 조달된 부실 자산만 선별해 장외 블록딜로 통째로 사갔습니다.
하한가로 처분되기 직전에 매수를 했으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인수할 수 있었겠죠. 결과적으로 시장을 덮칠 뻔했던 반도체주 연쇄 폭락의 고리를 끊어냈고 하이닉스를 향하던 오버행 우려도 해소됐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펀드들의 빚 청산, 즉 수급 불안 해소 과정은 현재 어느 정도 단계에 와 있습니까?
<기자>
현재 7부능선을 지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단기 급락하면서 MSCI신흥국(EM) 지수 내 비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연동된 외국인들의 기계적 패시브 매도 물량은 이미 90%이상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됩니다.
또한 JP모건 프라임북에 따르면 헤지펀드들의 빚 규모를 나타내는 L/S비율, 즉 롱숏 포지션 배율도 한때 5.5배를 훌쩍 넘었지만 최근 강제 매도로 청산이 이뤄지며 4배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시장이 안정됐다고 보는 2~3배 수준 목표치까지 이미 절반 이상의 청산이 진행됐고 시추에이셔널 블록딜 소화까지 감안하면 악성 레버리지 물량은 막바지에 달했습니다.

<앵커>
국내 요인도 살펴보죠. 오늘부터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요건이 대폭 깐깐해지는데, 시장 영향은 어떻게 봅니까?
<기자>
수급을 쥐고 흔들던 투기성 자금을 억제하는 데 확실한 진정 효과가 있을 전망입니다. 오늘부터 국내 증시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매수하려면 계좌에 순수 현금으로 3000만원 이상을 보유해야 합니다. 기존 1000만원에서 기본 예탁금 허들이 3배나 높아졌고, 주식이나 채권을 증거금으로 쳐주던 대용증권 제도도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는 쓸 수 없게 됐습니다.
종합해보면 빅테크 실적으로 AI투자 위축 우려가 불식됐고, 해외 패시브 매도는 90%이상 끝났으며, 헤지펀드 디레버리징도 7부능선을 지났습니다. 여기에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진입 장벽까지 높아지면서, 반도체 대장주들을 짓누르던 수급 차원의 불안은 확연한 진정세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단기 주가 급락에 따른 패닉셀까지 겹치며 국내 증시는 확연한 저평가 구간을 지나는 중입니다. 어제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PER은 4.44배, SK하이닉스는 3.30배 수준입니다. 미국 마이크론이 4.77배까지 하락했지만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들의 할인폭이 큰 상황이고, 샌디스크 15.80배, TSMC 22.78배에 비해서는 확연히 저렴한 구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