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 지수가 9000선을 돌파한지 한달여만에 30% 이상 급락했다. 특히 외국인 투자자들은 올해 국내 증시에서 160조원 넘는 순매도에 나서며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대규모 매도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또 언제까지 매도가 이어질까.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의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전병서 소장은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 160조원 매도 폭풍의 실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1년간 각각 280%, 550% 이상 급등했다. 이에 힘입어 코스피 지수는 9000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신흥국 지수(MSCI EM)에서 중국을 제치고 2위 자리를 꿰찼다. 일각에서는 1만선 돌파를 거론하기도 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은 7월 초 절정을 찍으며 연간 160조원을 넘어섰다. 아시아 단일시장 역대 최대 유출 기록이다. 상반기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한 149조원 중 87%가 삼성전자(72.6조원)와 SK하이닉스(57.1조원)에 집중됐다.
MSCI EM 지수에서 2025년 3분기 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각각 4.2%, 3.0%였다. 올해 6월 말 고점 기준 삼성전자는 9.5%, SK하이닉스는 8.3%까지 늘었다. TSMC까지 더하면 3대 반도체 종목이 MSCI EM 지수의 30.9%를 차지했다.
문제는 유럽계 펀드 운용 지침인 UCITS 규정이다. UCITS는 특정 종목이 전체의 10% 이상을 투자하지 못하도록 상한을 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주가가 크게 오르며 10% 한도에 근접하게 됐다.
지수를 그대로 따르는 패시브는 문제가 없지만, UCITS를 적용받는 액티브 펀드는 종목별 상한을 지키기 위해 강제로 보유 주식을 팔아야 했다. 골드만삭스는 "USCITS로 인해 2025년 10월이후 약 690억 달러 규모의 강제 매도가 촉발됐다"고 추산했다.
주가가 오를수록 펀드 내 비중이 커진다. 한도를 넘으면 주식을 팔아야 한다. 주가 급상승기에는 주가 상승폭이 외국인의 매도 속도를 앞지르는 상황도 발생했다. 팔아도 남아있는 주식의 가치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매도가 또 다른 매도를 부르는 현상이 반복됐다.
현재 삼성전자는 EM 지수에서 7.5%, SK하이닉스는 5.7%까지 줄었다. 10% 상한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1단계 강제 매도는 약 95% 완료됐다는 게 전병서 소장의 분석이다.

● 시간차로 덮친 3단계 매도
외국인 매도세는 세가지 주체가 순차적으로 물량을 쏟아냈다. 1단계는 앞서 언급한 UCITS 규정에 따른 강제 매도다.
1단계 매도가 주가 지수를 끌어내리자 2단계 매도가 시작됐다. 6월 말~7월 초에 터진 '레버리지 연쇄 청산'이다. 한국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의 운용자산은 500억 달러 규모로 불어났다. 문제는 지수가 하락할 때마다 손실 위험을 제어하기 위해 기초자산 주식을 매도하는 '델타헤지'가 작동된다.
6월 30일 SK하이닉스 1조 5700억원 순매도, 7월 1일 삼성전자 1조 800억원 순매도가 대표적인 현상이었다. 현재 한국 주식 레버리지는 260억 달러까지 줄었다. 2단계 매도는 약 75% 완료된 상태다.
3단계는 7월 중순까지 이어진 헤지펀드의 포지션 청산이었다. JP모건에 따르면 '헤지펀드의 롱/숏 비율'은 한 때 5.5배를 넘어섰다. 롱/숏 비율이란 매수 포지션 금액을 공매도 포지션 금액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극단적인 매수(롱) 편향을 보이고 있었다. 주가 급락으로 손실 방어 압박이 커지자 매수 포지션을 급격히 철회한 것이다.
13일 SK하이닉스가 15.37%, 삼성전자가 10.70% 폭락한 시점이 이 과정의 절정이었다. 전병서 소장은 현재 롱/숏 비율이 4배 수준까지 줄었다며, 3단계 청산이 50~60%가량 진행됐다고 분석했다.

● MSCI 11월 반기 리뷰가 핵심
글로벌 수급 전환 시점을 확인하기 위해선 'MSCI 정기 리뷰'를 살펴봐야 한다.
지수 내에서 종목 편입과 비중을 완전히 재산정하는 시기는 5월, 11월 반기 리뷰 때 뿐이다. 2월, 8월에 발표되는 분기 리뷰는 소규모 종목 조정에 그칠 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의 비중을 강제로 바꾸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시점은 11월 28일 발표되는 반기 리뷰가 될 가능성이 높다. 11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어느 수준이냐에 따라 MSCI EM 내 비중이 재산정된다. 이 결과에 따라 향후 기계적 매수·매도 강도가 결정된다.
● 추가 대규모 매도 가능성은
현재 시장은 급격한 수급 변화를 겪고 있다. 외국인은 7월 14~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7407억원을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 1조 2917억원, 삼성전자 7913억원, SK스퀘어 1774억원 순으로 반도체 관련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다만 24일에는 외국인이 3조원 이상을 던지며 향후 수급 방향성에 의문 부호를 남겼다.
전병서 소장은 현재 1단계 패시브 매도가 약 95%, 2단계 레버리지 ETF 청산이 약 75%, 3단계 헤지펀드 디레버리징이 약 50%이상 완료됐다고 평가한다. 구조적 매도 압력의 70~75%가량이 소화됐다는 얘기다. 실제 JP모건은 코스피 12개월 목표치를 1만 2500으로 유지하며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대규모 매도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을 25~30% 수준으로 추정한다. 긍정적인 요인으로는 △비중 하락에 따른 기계적 매도 압박 해소 △SK하이닉스의 나스닥 ADR 상장에 따른 글로벌 신규 수요 △고점대비 급락에 따른 과매도 구간 진입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설비투자 지속이 꼽힌다.
물론 경계해야 할 위험요인도 남아있다. 먼저 현재 4배 수준으로 내려온 헤지펀드 롱/숏 비율이다. 안정권인 2~3배에 도달하려면 추가 포지션 정리가 나올 수 있다. 둘째, 현재 260억 달러 수준인 레버리지 운용자산이 적정 수준(180억 달러)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일부 추가 청산이 나올수 있다.
세번째는 AI 투자 심리의 재악화 여부다. 빅테크 기업들의 현금 고갈로 인해 AI 인프라 투자가 흔들릴 경우 새로운 매도 사이클이 시작될 수 있다. 이는 11월 MSCI 반기 리뷰에서 한국 반도체 주식의 비중 재팽창 문제로 연결될 수 있다는게 전 소장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