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한 지 사흘째인 20일에도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이날 새벽 내린 비에도 불길이 커졌다 작아지기를 반복하는 가운데, 일부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주민 대피와 현장 통제도 확대됐다.
지난 18일 오전 6시 45분께 인천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B동 6층에서 시작된 불은 전날 A동 상층부까지 번졌다. 소방 당국은 전날 오후 11시를 초기 진화 시점으로 예상했지만, 화재 발생 51시간이 넘도록 완전히 불길을 잡지 못하고 있다.
20일 오전 현장에서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건물 상층부 곳곳에서 불길이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 반복됐다. 외벽 사이에서는 검은 연기가 계속 뿜어져 나왔고, 불에 그을린 외벽 구조물 일부는 굉음과 함께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소방 당국은 최대 70m 높이까지 물을 뿜을 수 있는 고가·굴절 사다리차 30여대를 동원해 건물 상층부를 향해 집중적으로 물줄기를 쏘아 올렸으며, 드론은 건물 상층부 상황 등을 수시로 확인했다.
하지만 3단 선반(랙) 구조의 대형 물류센터 내부에 생활용품을 비롯한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적재돼 있다 보니 화재 진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물류 로봇이 있는 4∼5층으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방 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하고 인근 8개 시도의 지원을 받아 소방관과 경찰관 등 812명, 장비 231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그러나 건물 내부의 고열과 짙은 연기로 인해 현재는 외부에서 장비를 이용한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으며, 초진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불길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인천시 서해구는 전날 오후 11시를 기해 물류센터 램프구역 반경 116m를 대상으로 주민 대피령을 내렸다.
이번 대피령은 전날 상황판단회의에서 쿠팡 측 안전관리자가 램프 구역의 붕괴 가능성을 제기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피 대상 구역에는 주거지는 없었으나 쿠팡 물류센터 남측 상가와 공장 등이 포함됐다.
서해구는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신현초와 신현북초, 신현여중 등 3곳에 임시 대피소를 마련했다. 신현초와 신현북초에는 각각 46세대(75명)와 50세대(103명) 등 모두 96세대(178명)가 머물고 있으며, 추가 지정된 신현여중에는 아직 대피한 주민이 없다.
이들은 대피령 대상은 아니지만 연기와 분진 피해를 우려해 자진해서 대피소를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적십자사 인천지사는 소방관들이 휴식할 수 있는 재난회복지원버스를 현장에 지원했으며, 대피소에 쉘터와 응급구호 세트를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