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의 귀인' 워렌 버핏이 CNBC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무려 1시간 동안 입을 열며 최근의 투자 행보와 향후 자산 정리 계획에 대한 솔직한 심경을 밝혔습니다. 95세의 나이에 이처럼 길게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일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글로벌 시장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알파벳 300억 달러 투자 비화와 최애 종목 '애플'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큰 반전은 버크셔 해서웨이의 알파벳 투자 비화였습니다. 버크셔는 지난해 3분기 43억 달러 매수를 시작으로 올해 1분기 1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으며, 최근에는 알파벳으로부터 직접 100억 달러어치의 주식을 사들여 총 300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평소 "이해하지 못하는 기술주에는 투자하지 않는다"는 버핏의 철칙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를 후계자인 그렉 아벨 CEO의 작품으로 추측했습니다. 하지만 버핏은 "내가 먼저 사자고 아이디어를 냈다"며 호탕하게 웃어넘겼습니다. 물론 최종 결정권자인 그렉 아벨의 승인을 거쳤지만, 발상의 시작은 본인이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알파벳이 버핏의 최애 종목은 아니었습니다. 버핏은 "적어도 네다섯 개 종목은 알파벳보다 더 좋아한다"면서도, 알파벳이 막대한 AI 인프라 투자를 진행 중이며 월가 상장 기업 중 살아남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기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월가에는 팔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들이 너무 많지만 알파벳은 다르다"며 "더 일찍 사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고 덧붙였습니다. 버핏의 마음속 1위는 여전히 '애플'이었습니다. 현재 버크셔의 애플 보유 규모는 약 760억 달러에 달합니다. 팀 쿡이 애플 지휘봉을 내려놓는다는 소식에는 "깊이 실망했고 아쉽다"며 심경을 전했으나, "여전히 애플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한 신뢰를 보냈습니다.
8년 내 지분 전량 처분… 기부처 변경과 자사주 매입
자산 정리 계획에서도 큰 변화가 감지됐습니다. 버핏은 기존 10년 단위의 기부 계획을 수정해 '8년 이내'에 버크셔 주식을 전량 처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유에 대해 버핏은 자녀들의 연령 문제를 솔직하게 언급했습니다. 현재 70대인 세 자녀가 8년 뒤면 큰딸 기준 81세가 되는 만큼, 총기를 유지할 수 있을 때 막대한 자금을 빠르게 집행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이에 따라 버크셔 지분의 전액 기부처는 빌 게이츠 재단이 아닌 세 자녀의 가족 재단과 (고)수잔 톰슨 버핏 재단으로 전면 이관됩니다. 빌 게이츠와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한 실망감과 자녀들이 재단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온 점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편, 주주환원 정책과 관련해서는 '자사주 매입' 행보가 눈에 띕니다. 배런스 등에 따르면 버크셔는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50억~11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버핏이 현재 버크셔의 주가를 여전히 저평가 상태로 보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투기꾼 넘쳐나는 시장" 경고와 건강 상태
버핏은 인터뷰를 통해 현재 금융시장이 건전한 투자보다 투기를 부추기고, 투자자보다 도박꾼을 더 많이 양산하고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습니다.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경각심을 울리는 대목입니다. 인터뷰 말미 진행자인 베키 퀵 앵커가 건강 상태를 묻자, 버핏은 몇 주 전 다리가 부러졌다는 사실을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95년 평생 살면서 뼈가 부러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찡그리는 기색 없이 호탕한 웃음을 보였습니다.
버핏의 한마디와 판단은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혜안과 투자 철학을 다시금 되새겨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