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 너마저"…레버리지 개미 '눈물의 물타기' [B급기자의 B급리포트]

ADR 상장 이후 변동성 증폭 2배 레버리지, 옵션 거래 증가 영향 월말 빅테크 가이던스가 분수령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ADR 너마저"…레버리지 개미 '눈물의 물타기'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SK하이닉스 주가가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14일 미국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식예탁증서(ADR)가 27% 폭등했다가 15일 9%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가 연출됐다. ADR의 영향으로 SK하이닉스 보통주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뉴욕과 서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 미국 레버리지 5종 출시와 기록적인 옵션 거래


    14일 미국 증시에서 ADR 폭등의 기폭제는 SK하이닉스 ADR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2배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5종목이 동시에 출시된 점이다. 상품을 구성하기 위한 자산운용사들의 기계적인 프로그램 매수가 장중에 몰리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쏘아 올렸다.

    기록적인 옵션 거래도 변동성을 키웠다. CNBC에 따르면 14일 SK하이닉스 ADR 옵션 거래량은 15만 계약을 기록했다. 반도체 대장주를 모아둔 '반에크 SMH' ETF의 하루 거래량(11만 계약)마저 압도했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상승에 베팅하는 콜옵션을 대거 사들이면 옵션을 판매한 금융사들은 주가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현물 주식을 강제로 사들인다.


    결과적으로 미국에서의 레버리지 상품 등장, 기록적인 옵션 거래량 등이 합쳐지며 ADR 27% 폭등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상승세에 힘입어 15일 국내 증시에서도 SK하이닉스 보통주 주가도 급등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상황은 정반대였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14일 옵션 시장에서 거래 규모가 컸던 상위 7건은 모두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풋옵션' 매수였다. 미국 개인 투자자들이 상승세에 열광할 때 글로벌 큰손들은 이를 단기 거품으로 판단하고 조용히 하락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었던 셈이다.
    14일 미국 증시에서는 SK하이닉스 ADR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다수 상장했다. 여기서 들어온 자금은 미국 ADR 가격을 크게 높이는 촉매제가 됐다.
    ● 국내서는 빚투 개미의 '눈물겨운 물타기'

    국내 증시의 수급 상황 역시 주가의 추세적 반등을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13일 급락장에서 강제 청산된 신용 물량이 많았음에도 주요 반도체주의 신용잔
    고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15일 기준 삼성전자의 신용 잔고는 6조 5361억원, SK하이닉스는 7조 35억원으로 두 대형주에만 13조원이 넘는 신용 융자가 버티고 있다. 반대매매가 나오는 만큼 새로운 빚을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를 사들이고 있는 셈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에서도 '물타기'로 대응하는 흐름이 관측된다. 13일 한국투자증권의 계좌 데이터를 보면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매수자의 56%가 기존 보유자의 추가 물타기 물량이었다. 이들의 평균 보유 기간은 23.25일에 달한다.


    결국 본주에 쌓인 7조원대 신용 매물과 레버리지 투자자들의 본전 탈출 매물이 위를 꽉 막고 있는 형국이다. 두터운 매물벽이 형성된 것이다. 주가가 조금만 반등하려 해도 대규모 탈출 매도 폭탄이 쏟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위아래 막힌 글로벌 수급 족쇄

    위쪽으로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거대한 신용 매물벽과 함께 ADR과 보통주 간의 괴리율이 발목을 잡는다. 16일 오후 3시 기준 SK하이닉스 보통주의 가격은 184만원, 미국 SK하이닉스 ADR 가격은 25만 2000원(170달러) 수준이다. ADR 10주가 보통주 1주에 해당하는 만큼 미국에서 SK하이닉스는 252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약 36%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대만 TSMC의 ADR과 보통주의 괴리율은 보통 15~20% 수준이다. 현재 36%에 달하는 ADR 프리미엄이 줄어들기 위해서는 ADR이 급락하거나 보통주가 급등해야 한다. 앞서 언급한 수급 상황상 보통주가 올라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미국 ADR이 일부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아래쪽 역시 안심하기 어렵다. 한국과 홍콩, 미국 3개 시장에 얽혀 있는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 규모가 약 37조원에 달한다. 주가가 ±5%만 출렁여도 장 마감 직전 기계적으로 최대 3조7000억원에 달하는 리밸런싱(재조정) 물량이 강제로 매도되거나 매수되기 때문이다. 주가의 변동성이 스스로 추가 변동성을 키우는 구조적 악순환이 이어지는 셈이다.
    자료=중국경제금융연구소
    ● 재료가 없네…'빅테크 투자'는 견고할까

    월간 반도체 수출 데이터는 여전히 견고하게 나오고 있다. HBM·D램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기업의 펀더멘털에는 뚜렷한 이상이 없다. 다만 마이크론의 2분기 실적발표 이후 반도체주 반등의 재료가 될만한 이벤트가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작은 악재도 상대적으로 크게 반영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미국 오라클이 AI 투자로 인한 자본 지출 부담 때문에 신용등급이 강등됐다. 주가도 6월 초 고점(250달러) 대비 45% 가량 하락한 130달러선까지 추락했다. 글로벌 반도체를 싹쓸이해가는 하이퍼스케일러 기업의 주가가 급락한 사건은 시장에 경종을 울렸다. 빅테크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AI 투자를 앞으로도 계속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다가올 반등의 진짜 분기점은 두 가지다. 이달말 예정된 SK하이닉스의 2분기 잠정 실적 발표에서 'AI 반도체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가이던스를 입증해 내는지, 비슷한 시기에 예정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설비 투자를 계속해서 확고하게 집행하겠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져줄 수 있을지 여부다.

    이 두 가지 퍼즐이 맞물려야만 반도체 대형주를 짓누르던 파생상품의 족쇄와 수급 왜곡을 뚫고 본격적인 반등을 시도할 수 있을 전망이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