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장에서) 많이 당하고 계신 것 같던데 보완대책을 신속하게 마련하라"
개인투자자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를 오가며 초단타 매매를 반복하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개인투자자들의 레버리지·곱버스 초단타 거래가 주가 변동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이재명 대통령도 신속한 보완책 마련을 주문한 만큼 특단의 대책 마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4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2X ETF 16종의 거래대금은 18조 2,827억원으로 코스피 전체 거래대금의 40%를 차지했다.
레버리지 ETF는 짧은 기간 내 사고팔아 수익률을 얻는 단타 상품인 만큼 기본적으로 회전율이 높아 2000%를 넘어서는 초단타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의 회전율은 2431.93%를 기록했다. 1주의 주인이 24번 바뀌었다는 의미다. 회전율은 유통 주식 수 대비 거래량을 나타내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단기 매매가 활발했다는 것을 뜻한다.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빠르게 사고팔면서 대규모 자금이 이동했고, 이 과정에서 주가 변동 폭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향성보다 변동성 자체가 커진 만큼 상승과 하락 어느 한쪽에만 베팅하기보다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매매가 동시에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강세장에서는 인버스 ETF가 거래량 상위권을 주도했지만, 최근에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까지 상위권에 진입하며 양상이 달라졌다.
오를 때 추격 매수하고, 내릴 때 투매하는 이른바 '쇼트 감마(Short Gamma) 현상'도 변동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쇼트 감마 현상은 시장에 참여하는 대형 기관들이 목표 레버리지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기초자산이 오르면 현물이나 선물을 추가 매수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매도해 보유 물량을 줄이는 상태다. 이로 인해 주식 시장이 상승장에서 상승 폭을 더 키우고 하락장에서 하락 폭을 더 키우는 등 비정상적으로 급등락할 수 있다.

해외 투자은행(IB)과 외신들도 최근 한국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최근 국내 주가 변동성 확대에 대한 해외시각' 리포트에 따르면 JP 모건 프라이빗뱅크는 "레버리지 ETF는 펀더멘털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단기 변동성을 증폭시켜 상승과 하락 양방향에서 과열 위험을 초래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도 "3일 코스피 지수 급락(-9%, 삼성전자 -10.1%, SK하이닉스 -17.0%)은 반도체 섹터의 실적 악화 등 기업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상품의 강제 청산과 시장 심리에 의한 포지션 정리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주에 대한 집중과 이 두 종목 단일 레버리지에 개인들의 투자가 확대되면서 시장 취약성을 높이고 주가 하락 폭을 증폭시켰다는 의미다.
규제당국이 레버리지 상품을 허용한 것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평가도 있다. 국내 코스피 시장에서는 5월 27일 SK하이닉스 주가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포함해 ETF 16종이 상장됐다. 당시 코스피는 이미 인공지능(AI) 열풍으로 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증시로 꼽히며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었고, 증권 계좌 예탁금도 사상 최대수준이었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가 세계적인 추세라고 해도 시기가 좋지 않았다"라며 "5월말 한국 증시에 이미 거품이 일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레버리지가 복잡한 상품이라는 사실, 레버리지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는 사실은 애초에 이런 상품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맞느냐는 의문으로 이어진다"며 "파생상품은 대량살상무기와 다름없다는 워런 버핏의 경고가 떠오르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극심한 널뛰기를 반복하며 국내 증시의 변동성 확대를 부추긴다는 우려가 커지자 당국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에게 단일종목 레버리지 투자 상황을 두고 "최근 많이 당하고 계신 것 같던데"라며 시장의 우려를 짚었다.
정부는 16일 재정경제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이 참여하는 'F4'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보완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10일 "레버리지 ETF 관련 시장 영향을 F4 회의에서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며 "이 회의에서 대응책을 논의해 결정을 내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