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자 개인정보를 도용해 의료용 마약류 12만여정을 유통하고 스스로 투약하기도 한 서울 강남 피부과 의료진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강남경찰서는 강남구 소재 피부과와 약국이 연루된 향정신성의약품 오·남용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13명을 차례로 검거하고 지난달 말 검찰에 송치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지난달 25일 해당 피부과 원장 A씨와 소속 의사 B씨를 구속 송치했으며, 허위 또는 부실한 처방전에 근거해 의약품을 판매한 약사, 병원·약국을 연결한 약국 직원 등도 추가로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에게는 마약류관리법, 의료법,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A씨와 B씨는 수면제 계열 향정신성의약품에 중독된 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초까지 외국인 환자 3천400여명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처방전 4천331장을 허위로 작성한 뒤 졸피뎀 등 서너종의 의약품을 매수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서울 소재 대형 약국 직원에게 부탁해 약사들에게 향정신성의약품 12만1천849정을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량 섭취에 따른 부작용으로 해당 수면용 약품을 더 섭취할 수 없게 되자 병원 금고 속 프로포폴까지 몰래 빼내 투약한 혐의도 받는다.
압수수색 과정에서 A씨와 B씨의 주거지에서는 병원에서 유출된 프로포폴과 졸피뎀 등이 다량 발견됐다.
이들에게 수면제 등을 공급한 약사들은 부실하게 기재된 타인 명의 처방전이 대량으로 제출됐는데도 진위를 따지지 않고 약품을 내준 것으로 조사됐다. 처방전이 아예 없는데도 일부 약품이 시가보다 비싸게 다량 판매된 정황도 포착됐다.
이번 사건은 명의가 도용된 외국인 환자의 신고로 드러났다. 해당 외국인은 다른 병원에서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받으려다 이미 처방 이력이 남아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진료 후 출국하는 외국인 환자의 특성상 중복 처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범행에 악용한 것으로 보고 약 6개월간 수사를 벌여 의료진과 약국 관계자들의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은 의료용 마약류 유통 전반에 대한 수사를 계속 이어가며 유사한 오·남용 사례를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