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상반기 코스피가 90% 넘게 급등하는 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은 '팔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상반기 150조원 넘게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강세장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대규모 매도 기조를 유지한 만큼 하반기 수급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조3,144억원, 1조4,618억원치 팔아치웠다. 외국인은 무려 12거래일 동안 '팔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3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50조2,62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순매도 규모(약 34조5,800억원)의 다섯 배에 달하는 규모로 반기 기준 사상 최대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연초 4,214.17에서 8,088.34로 91.9% 상승했다. 지난달 19일에는 장중 9,385.59까지 오르며 연초 대비 122.7% 상승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세장이 이어지는 동안에도 외국인은 대규모 매도 기조를 유지했다.
매도는 반도체 대형주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75조5,135억원, SK하이닉스를 60조5,309억원어치 팔아치웠다. 두 종목 순매도 규모만 136조원으로 전체 순매도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대규모 매도세에도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되레 높아졌다. 외국인 보유 비중은 올해 1월 36.65%에서 3일 40.47%로 3%포인트 이상 올랐다. 지난달 25일에는 41.58%까지 올라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보유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외국인 보유 자산 가치가 크게 불어난 영향이 컸다.
증권가에서는 사상 최대 외국인 순매도세를 두고 한국 증시에 대한 비관론보다 주가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과 글로벌 자금의 리밸런싱(비중 조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국인 보유 비중이 여전히 높은 만큼 목표 비중을 맞추기 위한 추가 매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반기 외국인 순매도 149조원 가운데 약 134조원이 반도체에 집중된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종목을 중심으로 추가 차익실현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 상승 탄력이 둔화되기 전까지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국내 주식 보유액을 줄여나가는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하반기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외국인의 국내 주식 비중 조정(리밸런싱)에 따른 순매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 이에 환율도 당분간 1,500원대에서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당분간 외국인 매도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환율 안정과 반도체 업황 개선 여부에 따라 수급이 달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보는 모습이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지난 5월 이후 외국인은 국내 주식을 90조원 넘게 순매도했다. 달러 강세 기조가 꺾이고 원화 가치가 안정화되어야 외국인 매도 공세도 진정될 것이라는 이유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장기적으로 달러 강세는 진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약달러 전환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높은 환율과 외국인 수급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리먼브러더스 사태 당시를 제외하면 외국인의 코스피 보유 비중은 과거 29~45% 수준에서 움직였다"며 "현재 약 39.5%인 보유 비중이 35%까지 낮아진다고 가정하면 약 260조원의 추가 매도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상반기에 외국인 자금이 워낙 큰 규모로 빠져나간만큼, 수개월 내에 리밸런싱이 마무리되면서 환율도 하락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 7월 중에 예정된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나스닥 상장이 국내에 달러 공급을 늘려 환율 하락에 기여할 것이라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백석현 신한은행 S&T센터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코스피 상승세가 주춤한 것은 외국인의 추가 매도 압력을 낮추는 요인"이라면서 "당분간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겠지만 ADR 상장 이벤트로 달러 자금이 유입돼 환율에는 상하방 압력이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