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리니지 클래식 세계가 발칵 뒤집혔다. '서버 내 랭킹 1위' 54레벨 캐릭터를 삭제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캐릭터 가치는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유저는 삭제 버튼을 눌렀다. 단순한 게임 은퇴가 아니다. 게임에 수억원 이상을 투자해 온 이른바 '큰손' 유저들조차 짐을 싸고 있다. 동료들과 피를 흘리며 몬스터를 잡고 전리품을 쟁취하던 낭만은 사라졌다는게 유저들의 절규다.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으로 전락한 주가의 이유도 이 지점에 있지 않을까.
● '핵과금러 쥐어짜기'에서 '3천원짜리 큐브'로 진화
리니지 클래식에서 유저들의 본격적인 불만이 커진 시기는 개당 3000원짜리 아이템인 '큐브'가 출시되면서다. 단가가 높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큰 문제냐고 되물을 수 있다.
과거 리니지 시리즈에서는 랭킹 유저들이 스펙을 높이기 위해 고가의 캐시 아이템을 구입했다. 이렇게 판매한 돈은 캐시 아이템 판매사인 엔씨소프트로 흘러들어갔다. 랭커들은 일반 유저들이 사냥을 통해 획득한 고가의 아이템도 최종적으로 사들이는 주체였다. 문제는 이런 거래는 아무리 많이 발생하더라도 엔씨가 얻는 수익은 없다는 점이었다. 오히려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거래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거래소가 수익을 챙겼다.
엔씨는 3000원짜리 '큐브'를 도입해 이 흐름을 뒤틀었다. 싸울아비장검의 주재료인 '아스타지오의 재'나 높은 가치의 마법서(쇼크스턴, 트리플 애로우 등)를 큐브에서 얻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물론 사냥을 통해서도 해당 아이템들을 얻을 수 있다고는 하지만, 그 확률이 과거 리니지보다 체감상 훨씬 낮다는게 유저들의 지적이다.
일반 유저들은 대박을 노리며 큐브를 구매한다. 3000원짜리인데 고가 아이템이 들어있다면 이득이기 때문이다. 사냥을 통한 아이템 획득이 사실상 막힌 상태에서 랭커들이 쓰는 돈은 일반 유저의 큐브를 거쳐 엔씨소프트로 직행하는 간접 구조가 완성됐다. 핵과금러 쥐어짜기(고가 캐시 아이템)에서 박리다매(3천원 큐브)로 판매 방식이 진화한 셈이다.

● 성을 차지할 이유도 사라져
리니지 클래식은 2000년대 초반 리니지의 전성기를 표방하며 등장했다. 한달에 2만 9700원이라는 정액제 모델로 나온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큐브가 등장하고 핵심 아이템이 큐브에서 주로 나오는 행태가 지속되며 유저들 사이에서는 "하루 종일 사냥하는 것보다 큐브 까는게 이득" "큐브가 진짜 보스 몹"이라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리니지의 게임성도 큐브로 인해 뒤틀리고 있다. 최근 리니지 클래식에는 '공성전'이 업데이트 됐다. 강한 혈맹이 전쟁을 통해 성을 차지하는 것이 공성전인데, 성 안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가격의 일부를 세금으로 거둘 수 있어 성을 차지하기 위한 혈맹들의 경쟁은 언제나 치열했다.
하지만 달라진 현실은 처참하다. 유튜버 <똘끼100%>가 공개한 세금(하루 기준)은 △켄트성 105만 아데나 △오크성 8만 8천 아데나 △윈다우드성 3만 5천 아데나 수준이었다. 성을 차지할 만큼 유인이 크지 않은 것이다. 현재 100만 아데나의 시세는 10만원 수준에 형성돼 있다. 수십명이 모여 최강 혈맹의 자리에 오르더라도 얻는 세금 수익은 하루 10만원 남짓인 셈이다.
성 안에서의 매출이 크지 않은 이유 역시 큐브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물약부터 각종 주문서까지 캐시 아이템인 큐브에서 나오다보니 굳이 아데나를 주고 게임 내 상점에서 물건을 살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상점 매출이 줄어드니 세금도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구조다. 큐브라는 비즈니스모델이 '리니지의 꽃'이라고 불렸던 공성전마저 바꿔놓은 것이다.

● 사냥터는 '중국 오토' 놀이터
게이머들이 떠나는 빈자리는 작업장과 중국발 오토(자동사냥) 프로그램이 점령했다. 정확히는 처음부터 많았다.
신규서버는 대기열이 몇 시간씩 걸릴 정도로 접속조차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며칠만 지나 필드에 나가보면 몬스터보다 오토 캐릭터가 더 많아 정상적인 사냥조차 불가능하다는게 유저들의 지적이다.
엔씨 측은 수십만 개의 오토 계정을 제재했다고 밝혔으나 끝없는 오토들의 유입으로 유저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전무하다. 월 2만 9700원의 정액제 요금을 내고도 오토에 치여 들러리 신세로 전락한 일반 유저들의 피로도와 분노는 폭발 직전이다. 심지어 오토 캐릭터만 골라 척살하는 유저들의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 정도다.

● 지금 실적은 좋다지만
리니지 클래식의 현재 성적표는 숫자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NC의 주가를 다룬 보고서에서 리니지 클래식이 출시 후 90일 누적 영업매출 1924억원을 기록해 실적 개선을 견인하고 있다고 분석하며 목표주가 37만원을 제시했다. 메리츠증권 역시 리니지 클래식의 호조세가 2분기 PC 매출 분기 방어에 성공했다며 목표주가 33만원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러한 실적 호조는 과거 리니지의 낭만을 기억하는 유저들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한다. 큐브를 사지 않으면 사실상 도태되는 구조, 말라버린 드랍률, 지속되는 오토 문제는 리니지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커뮤니티와 경쟁'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저들의 신뢰는 아무리 큐브를 많이 열어봐도 나오지 않는다.
현재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27만원 수준이다. 6월 초 젠슨황 엔비디아 CEO가 엔씨와 만난다는 소문에 주가가 단기적으로 34만원까지 급등했지만 한달 만에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