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국인 투자자들이 무섭게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습니다. 증시의 든든한 기둥인 외국인이 떠나는데 지수는 어떻게 8천선까지 오른 걸까요, 그리고 반도체 호황에 올라탄 투자자들은 언제 주식을 팔아야 할까요. 오늘은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이 진단하는 한국 증시와 반도체 업황의 현 상황에 대해 꼼꼼히 짚어보겠습니다.
● 외국인의 '묻지마 매도'는 엑셀이 시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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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무서운 기세로 한국 주식을 던지는 이유는 한국 증시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리밸런싱' 작업 때문인데요. 쉽게 말해 펀드 매니저들이 엑셀 표에 미리 정리해둔 국가별 투자 비중을 맞추기 위해 기계적으로 주식을 파는 과정입니다.
코스피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펀드 내에서 한국 주식 비중이 훌쩍 커져버렸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 50%, 중국 30%, 일본 10%, 한국 10% 정도로 비중을 결정해뒀는데 한국 주식이 상대적으로 많이 오르며 20%까지 비중이 늘어난 거죠. 목표 비중을 초과하니 어쩔 수 없이 팔아야만 했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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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 점은 펀드 비중을 맞추는 상반기 마감일인 6월 26일이 지나면서 이런 기계적 매도 압력은 점차 낮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해외 대규모 펀드들은 반기·분기 단위로 리밸런싱을 진행하는데 상반기 비중 조절을 마치는 시기가 6월 말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은 리밸런싱을 조금 유예해뒀기 때문에 7월부터 리밸런싱에 들어갑니다.

● 동학개미 총알이 떨어져 갑니다
외국인이 던진 31조원의 어마어마한 물량은 개인 투자자(29조원 순매수)가 받아냈습니다. 26일 폭락장에서도 막대한 규모의 주식을 사들여서 지수를 방어한 것은 바로 개인이었죠.
문제는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에 한계가 있다는 점입니다. 증시 대기 자금, 주식 계좌에 넣어둔 돈인 '예탁금'이 늘어나는 속도가 외국인이 파는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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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2배로 수익·손실이 나는 상품인 레버리지 비중이 늘고 있다는 점은 위험한 신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돈이 '잃어도 되는 여윳돈'에서 '빚'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이른바 영끌 투자의 한계가 다가오고 있다는 뜻입니다.
● 하락장 알리는 4가지 경고등
시장이 흔들릴 때 불안해하기보다는 기준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반도체 주가 하락 시기를 알리는 4가지 신호를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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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투자 축소: 구글 같은 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줄이는 경우죠. 반도체를 덜 쓴다는 얘기니 타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브로드컴 쇼크 등 일부 조짐이 보입니다.
△외국인 월간 순매도 20조원: 현재 위험한 수준까지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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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5.5%: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 비용이 늘어나 투자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아직은 4.4% 수준으로 안전한 수준입니다.
△엔비디아 GPU 리드타임 단축: GPU를 주문하고 받는데 걸리는 시간이 1개월 정도로 짧아지는 경우입니다. AI 투자 사이클이 끝나간다는 뜻이죠. 아직은 GPU 공급이 부족해 리드타임이 수개월씩 오래 걸리는 안전한 상태입니다.
현재 4가지 신호 중 2개 정도가 불을 켜려고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당장 대폭락이 시작된다기보다는 도로 위 과속방지턱을 지나는 아슬아슬한 국면으로 보시는 것이 타당합니다.

● 버핏지수 300%는 거품일까요
역사상 최고의 투자자 워렌 버핏은 증시 고평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버핏지수'를 제시했습니다. 한 국가의 증시 시가총액을 그 나라의 경제 규모(명목 GDP)로 나누는 거죠.
현재 한국의 버핏 지수는 300%에 근접합니다. 역사적 고점을 뚫었죠. 쉽게 말해 나라 경제력보다 주식 시장이 3배나 더 커졌다는 뜻입니다.
한국이 버핏 지수 300%를 인정받으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버는 돈의 덩치가 더 커져야 합니다. 2026년 두 회사가 벌어들일 영업이익 전망치인 586조원은 한국 경제 규모(약 2700조원) 대비 21.7% 수준입니다.
참고로 TSMC를 앞세운 대만의 버핏 지수는 약 404% 수준입니다.
● 반도체 주가는 업황보다 빨리 꺾였습니다
반도체 산업은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사이클 산업입니다.
2000년 이후 4차례의 반도체 사이클이 있었는데 반도체 주가는 반도체 경기가 꺾이기 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업황이 정점을 찍기보다 4~6개월 먼저 주가 하락이 시작됐습니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반도체 경기 정점을 2027년 상반기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과거 사례를 적용해보면 주가의 정점은 2026년 11월~2027년 1분기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다른 전망도 있습니다. 일부 투자은행과 인텔은 경기 정점이 2028년 초까지 늦춰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주의 정점은 2027년 3분기 전후로 추정할 수 있겠죠.

● 증권사 목표주가는 주가보다 늦게 따라옵니다
증권사 목표주가만 믿고 지금 당장 영끌해서 반도체주를 쫓아 사는 것은 위험합니다. 과거 글로벌 반도체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던 전병서 소장은 앞으로의 전략을 이렇게 제시합니다.
△목표주가를 보고 기계적으로 따라 사는 전략보다는 앞서 정리한 네 가지 신호를 점검하며 비중을 조절해보세요.
△주가는 실적보다 먼저 꺾였습니다. 2026년 말~2027년 초 사이부터는 신규 매수보다 보유 비중을 관리하는데 집중해야 합니다.
△주가가 오르고 난 뒤 목표주가는 한 발 늦게 따라온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병서 소장은 증권사 목표주가와 주식의 상관관계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목표주가는 산 정상의 풍경을 미리 그려줍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린 화가는 산사태를 본 적이 없습니다"
전병서 소장은 ▷칭화대 석사·푸단대 박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겸임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