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네수엘라 연쇄 강진 발생 후 구조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현장에서는 희망과 절망이 교차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적적인 생환 소식이 들려오기도 했으나, 피해 규모는 빠르게 커지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호르헤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은 지난 24일 발생한 연쇄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이날까지 1천43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루 전 발표된 920명보다 500명 넘게 급증했다.
실종자도 급증하고 있다. 민간 신고 사이트에는 이날 오전 기준 최소 6만8천900명이 실종된 것으로 접수됐다. 다만 이는 정부의 공식 집계가 아닌 민간 자체 신고를 바탕으로 한 수치다.
전문가들이 사고 후 생존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판단하는 '골든타임'(사고 발생 후 48∼72시간)은 이미 지났다.
그럼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희망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CNN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구조대는 라과이라주(州)의 붕괴한 건물 잔해 속에서 15세 소녀와 반려견을 무사히 구조했다.
현지에 파견된 스페인 긴급 구조대도 약 72시간 동안 잔해 아래 갇혀 있던 여성을 구조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구조 작업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진이 계속되는 데다 극심한 교통 체증과 정부의 출입 통제로 구조 인력 투입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공식 허가증을 받은 인원만 재난 현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지만, 허가 절차가 늦어지면서 오히려 구조 활동에 차질을 빚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대응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피해가 집중된 라과이라주에 군 병력을 투입했지만 현장에서는 구조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부 현장에서는 분노한 주민들과 정부 관계자 간에 충돌까지 벌어졌다.
AP통신은 굴착기를 몰고 온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셀카'만 찍은 뒤 철수하려 하자, 현지 주민들이 운전사를 끌어내리고 차량을 가로막았다고 전했다.
동시에 치안 시스템도 붕괴하며 일부 상점과 가옥에서는 약탈이 이어지고 있다고 멕시코 일간 라호르나다 등이 보도했다.
국제사회는 구조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과 멕시코, 엘살바도르, 스위스, 콜롬비아, 스페인, 에콰도르, 칠레, 도미니카공화국, 파나마 등에서 파견된 구조대원 1천600명이 베네수엘라에 도착해 본격적인 수색과 구조 활동을 시작했다.
베네수엘라 최대 공항인 시몬 볼리바르 국제공항이 부분 운영을 재개하면서 본격적 구조 지원이 가능해진 것이다.
당초 볼리바르 국제공항은 강진의 여파로 활주로가 심각하게 손상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현재는 활주로 한 곳이 열린 상태라고 미 국무부 관계자가 기자들에게 전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구조대원들이 항공편 17편으로 나뉘어 도착했으며, 향후 24시간 이내에 추가 항공편 25편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1억5천만달러(약 2천317억원) 규모의 긴급 원조를 발표했으며 추가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이동식 병원과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 등도 현장에 투입돼 의료와 통신 복구를 지원하고 있다.
지진 피해 지역 인프라 복구도 제한적으로나마 진전을 보인다.
그러나 이번 지진이 남긴 타격은 여전히 재앙적인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날 성명에서 이번 지진에 따른 물리적 손실 규모가 67억달러(약 10조3천억원)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이는 베네수엘라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하는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