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국경제TV) 박지원 아나운서 =뉴욕 증시가 마이크론의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호재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핵심 기술주를 중심으로 자금이 이탈하며 혼조세로 거래를 마감했다. 글로벌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빅테크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 소식이 시장에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며 하락세를 주도한 탓이다. 시가총액 상위 주요 특징주들의 흐름을 짚어본다.
먼저 애플(Apple)은 나스닥 시장에서 빅테크 제품의 가격 인상 압박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애플은 최근 맥북과 아이패드의 전격적인 가격 인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크게 밀렸다. 이는 팀 쿡 CEO가 최근 부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한 이후 나온 첫 번째 공식 조치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애플은 지난해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특히 가성비 라인업으로 기대를 모았던 '맥북 네오'마저 기존 599달러에서 699달러로 가격이 책정됐다. 애플이 이처럼 공격적인 가격 인상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열풍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최근 3분기 동안 메모리와 저장장치 가격은 무려 4배나 폭등하며 하드웨어 제조 마진을 극도로 압박하고 있다.
알파벳(Alphabet) 역시 빅테크 기업들의 마진이 칩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심각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메타와 함께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자산운용사 아전트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반도체가 탑재되는 모든 전자제품의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며, 이는 시장 전반에 상당한 인플레이션 파급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알파벳은 인공지능(AI) 경쟁사 앤트로픽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신설했던 'AI 코딩 스트라이크 팀'을 불과 수개월 만에 전면 개편하기로 했다. 내부 핵심 연구원들이 잇따라 앤트로픽으로 이적하면서 뼈아픈 조직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메타(Meta) 또한 비용 상승 압박 속에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고 하락 마감했다. 다만 메타는 내부적으로 AI 보안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메타는 AI 보안 분야의 강자로 불리는 스타트업 '버츄AI'의 창업자들과 팀원들을 통째로 영입했다. 최근 경쟁사인 앤트로픽이 신규 AI 모델을 야심 차게 내놓았다가 안전성 문제로 황급히 회수하는 소동을 벌이자, 마크 저커버그 CEO가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나선 것이다. 메타의 이번 인재 영입은 AI 안전성에 대한 규제 당국의 감시와 비판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진 시점에 단행됐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기술주 전반의 하방 압력을 강하게 방어한 것은 반도체 섹터의 주인공 마이크론(Micron)이었다. 마이크론의 폭등세에 힘입어 반도체 장비 및 부품주들도 동반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마이크론은 월가의 기대치를 훌륭하게 뛰어넘는 회계연도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주가가 폭등했다. 장 중 한때는 상승 폭을 더욱 키우며 마이크론의 시가총액이 메타와 테슬라를 넘어서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는 엑스박스(Xbox) 콘솔 기기의 기습적인 가격 인상 소식이 전해지며 장 중 주가가 하락했다. 오는 8월부터 512GB 모델은 100달러, 1TB 모델은 무려 150달러나 가격이 인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 측은 그동안 게임기 본체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보며 판매하는 구조였다고 고백했다. 원래 콘솔 게임 시장은 기기를 손해 보고 싸게 보급한 뒤, 구독 서비스나 타이틀 판매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다 보니 마이크로소프트마저 도저히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백기를 든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빅테크 기업들이 직면한 부품발 인플레이션 압박의 명백한 증거로 받아들이며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최근 화려하게 데뷔했던 스페이스X(SpaceX)의 주가도 기술주 전반의 하락세를 비껴가지 못하고 장 중 한때 미끄러지며 150달러 선을 위협받았다. 다행히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추가 하방은 방어해 냈다. 장 후반에는 스페이스X가 텍사스 발사 기지까지 이어지는 8마일(약 13km) 길이의 자체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차세대 우주선 '스타십'의 발사 빈도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인프라 투자로, 명칭은 '스타-파이프(Starpipe)'로 명명됐다. 내년 1월 26일까지 완공해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테슬라(Tesla)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인 생산량 증대 계획을 발표했다. 독일 베를린 기가팩토리의 주당 차량 생산량을 올해 10월부터 현재보다 20% 늘어난 7,500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공장 가동률을 대폭 높임에 따라 대규모 고용 창출도 동반된다. 테슬라는 이번 증산 계획에 맞춰 당장 공장에서 일할 직원 1,000명을 신규 채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지원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