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호황 속에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빠르게 늘어나자, 최근 금융당국이 비상 관리 체계 가동 방침을 밝혔습니다.
이에 금융권도 즉각 대응에 나서며 대출 조이기에 들어갔는데요. 시중은행들은 신용대출 한도를 대폭 줄이고 우대금리도 축소하는 등 본격적인 관리에 나선 모습입니다.
정치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지난주 당국 발표 이후 은행들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습니까?
<기자>
네, 우선 가장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놓은 곳은 KB국민은행입니다.
연봉과 관계없이 신용대출 한도를 일률적으로 제한했는데요.
일반 신용대출은 최대 1억 원, 입출금이 자유로워 ‘빚투’에 많이 활용되는 마이너스통장은 5천만 원으로 한도를 낮췄습니다.
코로나19 시기나 2024년 8월 가계부채가 급증했을 때도 은행권이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5천만 원으로 일괄 축소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부활한 겁니다.
하나은행 역시 몇십 억을 버는 고액 연봉자여도 마통을 포함한 신용대출은 최대 1억 원까지만 받을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특히 신용대출은 네이버페이나 토스 같은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해 금리를 비교해 보고 신청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은행은 이러한 플랫폼을 통한 신규 신청을 전면 제한했고요.
플랫폼이나 자체 앱을 통한 갈아타기 역시 중단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0.1%P 줄였는데요.
사실상 금리를 높여 대출 수요를 조절하려는 조치로 풀이됩니다.
<앵커>
기존과 비교하면 대출 한도가 얼마나 줄어든 겁니까?
<기자>
이전까지는 지난해 6.27 대책에 따라 연소득의 100% 이내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연봉이 2억 원인 차주는 최대 2억 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이제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서는 연봉과 관계없이 최대 1억 원까지 대출이 가능한 겁니다.
<앵커>
그럼 기존에 대출을 받았던 사람들, 예를 들어 2억을 이미 받은 분이 갱신 시점이 돌아오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기존에 대출을 받아 놓았던 분들은 이자만 잘 내고 있다면, 기존 한도로 갱신은 가능합니다.
다만, 연봉 이상으로 한도를 늘리는 건 어렵겠고요.
또,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한도만큼 쓰지 않고 있다면 한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일부 은행이 사용이 적은 마이너스통장에 대해 만기 연장 시 한도를 줄이기로 한 건데요.
마이너스통장은 보통 1년 단위로 연장되는데요.
신한은행은 1년간 평균이나 직전 3개월 기준, 한도 사용률이 10% 미만이면, 만기 연장 시 최대 20%까지 한도를 감액합니다.
예를 들어, 5,000만 원 한도의 마이너스통장을 갖고 있는데 최근 3개월간 500만 원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연장 시 한도가 4천만 원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겁니다.
하나은행도 일부 경우에는 감액 없이 한도를 연장해 줬는데요.
앞으로는 미사용 한도에 대해선 예외 없이 규정대로 감액하기로 했습니다.
<앵커>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 현재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방은행 가운데는 유일하게 경남은행이 대출비교 플랫폼 접수를 막아뒀습니다.
플랫폼을 통한 신규 수요 유입을 차단하려는 조치로 보이고요.
다른 지방은행들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인터넷은행은 금리 매력도가 높은 만큼, 원래도 신용대출 비중이 높은데요
현재까지 명시적인 제한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습니다만,
신규 대출 신청과 기존 한도 증액의 일일 접수량을 제한하며 증가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은행들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해야 하는 의무가 있죠.
신규 취급 기준 32%, 잔액 기준 30% 이상을 중저신용자에게 공급해야 하는데요.
가계대출 증가 관리까지 병행해야 하는 만큼,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다만, 시중은행이 강하게 대출을 조이면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으로 수요가 쏠릴 가능성도 점쳐지는데요.
이들 은행이 추가 대응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도 함께 제기됩니다.
<앵커>
금융당국의 대응 방향은 어떻습니까? 추가 규제 가능성은 없습니까?
<기자>
당국은 우선 은행권의 자율 관리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의 가계부채 관리 상황을 매주 점검하고,
연초 설정한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경우, 직접 관리에 나서겠다는 방침인데요.
관리 범위도 은행권에 그치지 않고 2금융권으로 확대됐습니다.
금융감독원은 오늘 최근 카드론 잔액이 빠르게 늘어난 카드사들을 소집해 가계부채 관리와 리스크 점검을 주문했습니다.
카드론은 금리는 높지만 비교적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어 ‘빚투’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에 일부 카드사들도 대출비교 플랫폼을 통한 카드론 취급을 줄이는 등 선제 대응에 나섰습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에도 신용대출 증가세는 쉽게 꺾이지 않는 모습입니다.
실제로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이달 들어 약 2주 만에 1조 6천억 원 넘게 늘었습니다.
당국은 필요할 경우 추가로 신용대출 한도를 일괄 규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연소득 이내였던 대출 한도가 더 줄어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앵커>
네, 잘 들었습니다. 김예원 기자였습니다.
영상편집: 장윤선
CG: 배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