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렴한 중국산 인공지능(AI)이 빠르게 확산하면서 AI 업계 전반에 가격 전쟁이 불붙자 오픈AI 챗GPT와 앤트로픽 클로드 등 선두 주자들도 요금 인하 압박에 직면했다.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많은 기업은 AI 에이전트(업무 도우미)를 돌릴 때 단순 반복 작업에는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의 모델이나 오픈소스(공개 소프트웨어) 기반의 자체 AI를 쓰고, 고차원 업무에는 챗GPT와 클로드, 구글 제미나이 등 고급 제품을 호출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한다. 현업에 AI를 쓰는 경우가 급증하며 기업용 AI 서비스 요금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경영진은 이런 투트랙 방식으로 AI 비용을 최대 95% 줄일 수 있다고 전한다. AI 스타트업 '러브레이스'의 앤드루 무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우리의 AI 시스템은 비용 면에서 매우 인색하고 깐깐하게 움직이도록 설계됐다"며 "해당 시스템은 가장 저렴한 모델에서 답을 쥐어짜는 법을 잘 알고 있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상위 고가 모델로 넘어간다"고 설명했다.
저가 AI 열풍은 AI 업계의 지출 지수가 하락한 데에도 영향을 미쳤다. 시타델 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아무리 강력한 기술이라도 비용 곡선, 용량 제한, 한계 수익이라는 냉정한 규칙을 피해 갈 수 없다"고 짚었다.
이에 오픈AI는 고객 이탈에 대응하고자 대대적인 요금 인하를 검토 중이다. 회사 관계자들은 지난해 한 해 동안 AI 전산 자원을 현재 시세보다 싸게 대거 확보한 만큼, 이 비축 자원을 앞세워 앤트로픽 등과의 가격 전쟁에서도 우위를 지킬 수 있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오픈AI와 앤트로픽 모두 기업공개(IPO)를 추진하고 있어, 가격 경쟁이 격화하면 실적 악화나 투자자 심리 동요 같은 악재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은 부담이다.
시장 일각에서는 실속형 AI 에이전트가 득세하며 선도 모델이 누리던 성능 차별점이 사라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국 컬럼비아대 공대의 비샬 미스라 전산학·AI 담당 부학장은 WSJ에 "모든 기업이 양자 중력 역학을 아는 고차원 모델이 필요하진 않다"며 "오픈소스 모델 등의 성능이 충분히 좋아지면서 (챗GPT 같은) 폐쇄형 AI 모델이 누렸던 프리미엄 효과가 점차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AI 비용 계산은 단순하지 않다. 단가는 중국산 오픈소스가 훨씬 싸지만 숨은 비용을 따지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컨대 앤트로픽의 최신 '페이블 5' 모델의 토큰(데이터 단위)당 가격은 중국 기업 딥시크의 오픈소스 모델 'V4 프로'의 50배가 넘지만, 앤트로픽 고가 제품이 기술적으로 4∼6개월 앞서 있어 고난도 과제에서는 토큰을 훨씬 적게 써 최종 비용이 오히려 낮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앤트로픽 대변인은 "기업들은 이제 토큰당 단가가 아닌 전체 업무를 끝까지 완료하는 데 드는 '작업당 비용'을 기준으로 모델을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