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은 '검은 월요일'을 전후해 반등을 기대한 투자자들이 마이너스통장(마통)을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서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마통 잔액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시 변동성이 커지자 투자자가 단기 반등을 기대하며 연 6% 안팎인 마통 이자를 부담하더라도 '빚투'(빚내서 투자)를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8일 기준 42조9,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일 기준으로 5일 만에 1조4,192억원 늘었다. 이는 대출 한도가 아닌 실제 사용된 대출 잔액으로 2022년 11월 말(43조1063억원) 이후 3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코스피는 지난달 15일 사상 처음으로 장중 8천피를 돌파한 뒤 고공행진을 이어가다 지난 5일 원달러 환율 급등과 반도체주 약세 등으로 5.54% 떨어졌다. 8일에는 장중 7442선까지 밀리다가 8.29% 급락하는 등 급격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조정장 속에서도 마이너스 통장 대출은 증가했다. 5대 시중은행의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4월 말 39조7877억원에서 5월 말 41조5,324억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6월 들어서는 단 5영업일 만에 1조4,191억원이나 증가했다. 특히 6월 증가액의 절반 가까운 6,085억원은 코스피가 급격한 조정을 겪은 5일과 8일 이틀에 집중됐다. 5일 1367억원, 8일 4719억원 각각 늘었다
신용거래융자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지난달 28일 처음 37조원을 넘은 뒤 29일 38조226억원, 6월에도 37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빚투에 따른 반대매매도 함께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일 1,662억원, 8일 1,391억원으로 이틀간 3,000억원을 넘었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5일 9.1%, 8일 8.2%로 올해 들어 가장 높았다. 반대매매 비중이 9%를 넘은 것은 2023년 10월 중순 이후 처음이다.
빚투 증가는 개인 투자자의 손실에 그치지 않고 시장 전반의 변동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끌어 쓴 마통과 신용거래융자는, 증시가 급락하면 반대매매라는 강제 청산 물량으로 나온다. 이 물량이 다시 주가를 끌어내리면 빚투를 하지 않은 투자자까지 영향을 받게 된다.
업계에서는 국내주식시장에 단기 조정이 올 때마다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빚투 관리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분위기다. 그간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쏠렸던 시중자금을 자본시장으로 유도해 기업 투자와 성장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정책 기조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증시 활성화 과정에서 빚투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금융시장의 건전성을 해치고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당국이 증시과열과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 관련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