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환당국이 1,600원을 향해 가파르게 치솟던 원·달러 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 관련 대책을 총동원하는 모습이다.
한국은행과 재정경제부는 8일 오전 11시 45분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수급 요인 이외에도 역외 차액결제 선물환(NDF) 등 일부 투기적 외환거래가 변동성을 증대시킨 것으로 판단한다"고 지적하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구두 개입은 윤경수 한은 국제국장과 이형렬 재경부 국제금융국장 공동명의로 나왔는데, 한은과 재경부의 국장급 공동 메시지가 발표된 것은 환율이 1,480원을 넘어 1,500원으로 향하던 작년 12월 24일 이후 6개월 만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1,555원을 웃돌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고, 일각에서는 1,600원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앞서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과 신현송 한은 총재,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찬진 금융감독원 원장 등 이른바 'F4'로 불리는 4개 기관장은 전날 긴급 시장점검회의를 열어 환율 쏠림을 좌시하지 않고 투기적 거래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미국 정책금리 인상 전망에 따른 달러 강세와 투자 심리 악화로 '검은 월요일'이 현실화하자 당국이 거듭 나선 모양새다.
당국은 외국인 투자자의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재조정)에 따른 국내 주식 대규모 매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것으로 본다. 사상 최대 경상수지 흑자에 맞먹는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미 이뤄졌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종목의 외국인 지분율도 상당 폭 줄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당국은 미국 금리 인상 기대 등을 빌미로 환율 추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기 세력 차단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특히 NDF 시장에서 환율이 과도하게 뛰어 현물환 가격까지 흔드는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현상을 경계하며, 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인센티브를 통해 이를 국내 외환시장(DF 거래)으로 흡수하는 제도적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구두 개입과 맞물려 국내 증시 '큰 손'인 국민연금공단도 대규모 선물환 매도에 나서며 연초 중단했던 환 헤지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과 재경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이 공동으로 입안한 '뉴프레임워크'에 따른 대응이다. 이에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530원을 밑도는 등 모처럼 상승 기세가 한풀 꺾였다.
다만 당국의 강경 대응으로 변동성 확대의 '급한 불'은 꺼졌어도, 언제든 다시 전고점을 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은 남아 있다. 시장에서도 환율이 단기간에 하향 안정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당국 개입이 시장을 왜곡하려는 투기 세력에 경각심을 주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미국 통화 정책부터 중동 정세, 외국인 투자 자금 등 대외 변수들이 환율을 끌어올리는 힘이 워낙 크기 때문에 당국 개입만으로 환율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간에 1,400원대 진입은 어려워 보인다"며 "당분간 1,520∼1,560원 범위 안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