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일 유가증권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8% 가까이 급락한 가운데 이를 2배로 추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장 막판 50% 가까이 폭등하는 기현상이 발생했다. 자산운용사와 금융당국은 장 마감 직전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공백 상태에서 시장가 주문이 유입되며 발생한 현상으로 보고 경위 파악과 시스템 점검에 나섰다.
● 하이닉스 8% 하락했는데, 레버리지는 50% 급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는 전 거래일 대비 49.70%오른 3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초자산인 SK하이닉스가 7.68%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ETF 가격은 반대로 50% 가까이 치솟은 것이다.
이로 인해 실제 펀드의 가치를 나타내는 추정순자산가치(iNAV)와 시장 가격 간의 격차인 괴리율은 85.59%까지 벌어졌다. 장 마감 기준 해당 ETF의 실제 가치는 1만 6164.13원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보다 2배 가까이 비싼 3만원에 거래가 체결됐다.
거래 체결 규모는 주당 3만원에 4만 6813주로 약 14억원 규모다.

● 얇아진 호가에 시장가 체결돼
이 같은 가격 왜곡 현상은 장 마감 직전 LP 호가 제출 의무가 면제되면서 발생한 '유동성 공백'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행 규정상 오후 15시 20분부터 15시 30분까지 진행되는 장 마감 동시호가 시간에는 LP의 유동성 공급 의무가 제한된다.
해당 상품은 다른 레버리지 상품에 비해 거래량이 적고 호가창이 얇은 편이다. 유동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장 막판 LP의 통제마저 사라지자, 누군가 높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혹은 주문 실수)을 내면서 가격이 크게 왜곡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관계자는 "호가 제출 의무가 없는 장 마감 직전에 LP 호가 간격이 벌어졌고, 이 상황에서 시장가로 매수 주문을 넣은 투자자들의 주문이 체결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LP 호가 체계를 점검하고 추가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LP 관리 문제에 대해서는 특정 증권사의 오류가 아닌 LP 전반에서 발생한 문제라고 밝혔다. 이날 해당 레버리지 상품의 매수·매도 상위 창구는 한국투자증권이었다. 매수 물량은 67만 6000주, 매도 물량은 59만주로 집계됐다. 한투운용은 "금일 거래원 상위권에 한국투자증권이 있긴 하지만 호가가 튄 부분은 여러 증권사에서 주문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 출시 8일만에 사고…금융당국 예의주시
금융당국 역시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출시된지 8거래일만에 이 같은 대형 괴리율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한국경제TV와의 통화에서 "장 막판 동시호가 단일가 매매를 진행하면서 나오게 된 현상으로 보인다"며 "어떤 맥락에서 최종 주문이 체결됐는지 거래 동향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장의 관심을 받는 상품인 만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현 단계에서 운용사나 상품 자체의 결함으로 단정 짓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 역시 한국투자신탁운용 측으로부터 관련 소명 자료를 확보하는 과정으로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장 다음 거래일(9일) 개장 직후 발생할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장이 열리고 LP가 다시 정상적인 유동성 공급에 나서면, 현재 3만원인 해당 레버리지 상품의 가격은 본래 가치인 1만 6000원대 부근으로 급격히 추락하기 때문이다. 만약 장 마감 직전 왜곡된 가격인 3만원에 시장가로 매수한 투자자라면 개장과 동시에 40% 이상의 손실을 떠안을 위험이 매우 높다.
2차 피해 가능성도 제기된다. 9일 개장 시 다른 운용사 상품들은 변동폭이 제한적인 반면, 'ACE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만 낙폭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때 실제 가치인 추정순자산가치(iNAV)를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는다면, 단순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 매수 기회'로 착각해 무리하게 투자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