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고용시장이 예상을 크게 웃도는 호조를 보이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부각되자 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와 미 국채, 국제 금값이 일제히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695.15포인트(-1.35%) 밀린 50,866.78에 거래를 끝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00.63포인트(-2.65%) 내린 7,383.68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121.53포인트(-4.18%) 떨어진 25,709.43에 각각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으로 S&P 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의 주간 낙폭은 각각 2.6%, 4.7%로 집계됐다. 두 지수는 9주 연속 이어온 주간 상승 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투자 심리를 빠르게 얼어붙게 한 건 고용 지표였다. 5월 들어서도 미국 고용 상황이 예상 밖의 회복력을 드러내면서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시장에 번졌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은 이날 5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가 전월보다 17만2,000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8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본 전문가 예상치(다우존스 집계 기준)를 크게 웃돈 결과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이 경기 둔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음에도, 5월 고용이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자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방향으로 선회할 것이란 기대가 커졌다.
낙폭은 최근 강세장을 이끌었던 업종에서 두드러졌다. 인공지능(AI) 관련 반도체 칩 제조사와 메모리 업체가 특히 크게 흔들렸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13.25% 주저앉았고, 샌디스크(-11.39%)와 웨스턴디지털(-11.06%) 등 메모리 업체도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인텔(-11.28%), AMD(-10.86%), 램 리서치(-9.85%) 등 반도체 종목의 낙폭도 컸다.
지난 3일 실적 실망을 안겼던 브로드컴은 전날 12.6% 급락한 데 이어 이날도 7.92% 내리며 이틀째 약세를 면치 못했다. 주요 빅테크(거대 기술기업)도 줄줄이 밀렸다. 엔비디아가 6.20% 빠졌고 마이크로소프트(-2.66%), 아마존(-3.06%), 테슬라(-6.56%) 등의 낙폭도 작지 않았다. 메타는 유상증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5.51% 하락했다.
캐럴 슐리프 BMO 프라이빗웰스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날 매도세를 두고 "금리 영향도 있지만 다가오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일부 자금을 대기해 두려는 이유일 수도 있다"며 "기술주는 지난 3개월간 10% 후반대 상승률을 보였다는 점에서 일부 조정은 합리화될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전망이 힘을 받으면서 미 국채에는 투매가 몰렸고, 이는 채권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국채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로 움직인다.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전장보다 0.06%포인트 오른 4.54%를 가리켰다. 같은 시각 3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은 0.026%포인트 상승한 5.004%였다. 두 종목 금리는 이날 상승으로 심리적 저항선인 4.5%와 5.0%를 나란히 넘어섰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도 0.11%포인트 급등해 4.16%를 기록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오는 12월까지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이상 올릴 확률을 하루 전 약 50%에서 이날 약 70%로 높여 반영했다.
국제 금값도 금리 인상 기대가 강해지며 뒷걸음질 쳤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8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장보다 3.1% 내린 온스당 4,365.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금 선물 가격은 연초 수준으로 후퇴하며 올해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금 선물은 지난해부터 고공행진을 이어가 올해 초 온스당 5,500달러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반면 달러화 가치는 치솟았다. ICE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 인덱스는 뉴욕증시 마감 무렵 100.8로 전장보다 0.67% 올랐다. 달러 인덱스가 100을 웃돈 것은 지난 4월 이후 두 달 만이다.
국제 유가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완화 기대에 하락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전장보다 2.0% 내린 배럴당 93.09달러에,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2.7% 떨어진 배럴당 90.54달러에 각각 마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