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가 선거인 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분량의 투표용지만 준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날 오전 경찰 작전으로 투표함 2개가 개표소로 이송된 뒤 투표소 내부에서는 송파구선거관리위원회가 이 투표소로 보낸 투표용지 박스가 발견됐다.
박스 겉면에는 투표용지 인쇄 매수가 1천900매로 표시돼 있었다. 잠실7동 제2투표소 선거인 수는 3천856명으로, 준비된 투표용지는 전체 선거인의 49.3% 수준에 불과했다.
선관위는 선거인 수의 50%인 1천928매를 기준으로 산정한 뒤 내부 지침에 따라 100매 단위로 절삭해 1천900매를 인쇄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선관위 관계자는 "내부 지침상 100매 미만은 절삭(버림)을 한다"며 '1천999매여도 1천900매를 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고 답했다.
이 투표소에서는 본투표 종료 전 준비된 투표용지가 모두 소진되면서 유권자가 투표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선관위가 선거인명부 대조전표를 받은 유권자에 한해 투표 마감 시각을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연장하는 초유의 일이 벌여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유권자들이 절차상 문제를 제기하며 재선거를 요구했고, 부정선거 의혹을 주장하는 시위대까지 몰리면서 이른바 2박 3일간의 '봉쇄 사태'로 번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지방선거부터 '투표용지 최소 50% 인쇄' 지침을 내려 투표지 부족 사태를 초래했다.
선관위는 전에는 선거인 수의 60∼70%였던 본투표용 투표용지 최소 인쇄 비율을 50%로 낮췄다. 이는 사전투표율이 높고,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이 대선·총선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점을 반영한 것이다.
남는 투표용지가 부정선거 주장 단체에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나 예산 낭비 논란 등도 고려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선거가 끝난 뒤 사용·미사용 투표용지를 전량 보관해야 해 공간 부족 문제 등을 겪고 있다"며 "투표용지 인쇄량 감축은 이런 실무적 부담도 고려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