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저임금위원회가 배달라이더·택배기사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본격화한 가운데 이를 둘러싸고 노사가 치열한 기싸움을 벌였다.
노동계는 "당연한 책무로 특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경영계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라며 반발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근로자 위원 각각 9명씩과 공익위원 7명이 참석한 가운데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전원회의를 열어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방안에 대한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이날 근로자와 사용자 측은 상반된 입장을 내놨다.
근로자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확대는 전통적 경계가 허물어진 저임금 노동시장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권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도급제 근로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건 결코 예외적인 특혜가 아닌,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최저임금 제도의 본래 취지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배달기사, 대리기사, 학습지 교사 등은 계약 형태만 개인사업자이고, 실질적으로 사용자 지휘·통제 아래 일한다"며 "이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저임금위의 당연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부위원장은 "현재 87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의 도둑맞은 이름과 임금을 되찾아 주는 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최저임금위가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개선하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완화하는 데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이번 심의 과정에서 마음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임위 판단 밖의 사안이라며 반발했다.
사용자 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근 일부 업종의 양호한 실적과 주식시장 열풍에도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처한 현실은 여전히 힘들다"며 "최저임금 보호라도 받는 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소상공인은 매출이 줄거나 손실이 발생하면 그 부담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전무는 또 "최저임금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제도"라며 "논의 대상이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먼저 판단해야 하는데, 이는 최저임금위가 판단하지 못하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본부장도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근로자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최저임금위가 임의로 적용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면서 "근로자로 인정됐다고 해도 최저임금의 무리한 적용이 처우 개선으로 이어질지 의문"이라고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양 본부장은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오히려 도급제 근로자의 고용 유연성을 위축하고 일자리 감소라는 부메랑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면서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시장의 만능열쇠가 아닌 만큼 균형 있는 심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달 26일 최임위 2차회의에서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별도 적용 논의를 위한 노동부의 실태조사 결과 공개와 연구자 발제 등을 요구했지만, 사용자 측의 반대로 비공개된 상태다.
다만 민주노총 측은 노동부의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논의를 위한 실태조사'를 토대로 적용 확대 방안을 발표한다.
다음 회의에서 한국노총 측도 발표해 노동계 요구가 끝나면, 사용자 측과의 논의가 본궤도에 오를 전망이다.
도급제 적용 심의 후에는 경영계가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 적용이 논의된다.
노사 양측의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은 이달 중순경 나올 전망이다.
노동계는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동결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1만320원으로 전년보다 2.9%(290원) 올랐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 시한은 노동부 장관의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후인 6월 말이다.
하지만 올해도 노사간 치열한 대립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돼 시한을 넘겨 7월까지 심의가 이어지는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