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일인 3일 일부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대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20분 기준으로 서울 송파구 잠실 일대를 비롯한 12개 투표소와 강남구 1개 투표소, 광진구 1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선관위는 투표 용지를 이송하고 현장 대기 인원의 투표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잠실7동 제2투표소는 대기표를 받은 유권자를 대상으로 이날 오후 10시까지 투표 시간을 연장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투표지 부족과 투표 시간 연장 소식을 접한 시민·유튜버 등이 몰려든데다 '투표함 반출'을 둘러싸고 대치 상황까지 빚어지면서 오후 11시 이후에도 투표 종료를 선언하지 못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선관위의 투표율 집계도 지연, 이날 오후 11시 52분이 돼서야 잠정 최종 투표율(61%)이 발표됐다.
국민의힘은 자체 집계를 통해 송파(8곳)·강남(2곳)·서초(2곳)·광진(1곳)·동작(1곳), 인천 연수구(2곳), 경기도 화성시 동탄구(1곳) 등 17곳에서 관련 문제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에 공정성 문제를 언급하며 개표 중단을 요구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투표소가 서울 지역 내에서 보수세가 비교적 강한 '강남권'인 점에 주목한 것이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의 투표 공정성은 깨졌다. 지금이라도 진상 파악이 이뤄질 때까지 즉시 개표를 중단해야 한다"며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서울시 선거는 다시 실시해야만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저녁 과천 중앙선관위 청사를 항의 방문했다. 이후에도 장 위원장 등 지도부가 서울시장 선거 개표 즉시 중단을 요구하기 위해 심야에 재차 중앙선관위를 찾았다.
민주당도 선관위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예고했지만 국민의힘의 개표 중단 및 재선거 요구는 일축했다.
민주당 조승래 총괄선대본부장은 국민의힘의 요구에 대해 "서울 시민 주권자들의 뜻에 불복하는 행태"라면서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실한 선거 관리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선거 무효 소송 추진 방침을 밝혔다. 참정권 침해에 대한 헌법 소원도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청와대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처음에는 "선거관리위원회가 대응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만 냈으나 다시 "(중앙선관위는) 일부 지역 주민들의 투표권 행사와 개표 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책임 있는 조치를 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중앙선관위 허철훈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9시 과천 청사에서 고개 숙여 사과했고, 4일 0시에는 후속 조치 등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 위원회를 개최했다.
그러나 송파구의 경우 유권자의 50%에 해당하는 투표용지만 준비했다는 점에서 책임 추궁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는 선거 관리 문제가 반복될수록 일각의 선거 불복 심리가 강해져 부정선거 음모론을 부채질 할 수 있다며 우려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