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주 중심의 급등장과 중동발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국내 증시 변동성이 금융위기 당시 수준에 근접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발동된 사이드카는 총 20회다. 이는 거래소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2년 이후 전체 발동 건수 80회의 4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올해 발동 횟수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연간 기록(26회)에 불과 6회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아직 상반기가 끝나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연간 최다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월별로는 2월 3회, 3월 7회, 4월 3회, 5월 6회 발동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지난 1일 1회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시장의 급등락이 현물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다. 코스피 시장에서는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되면 프로그램 매매호가 효력이 5분간 정지된다.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매수 사이드카가 11회, 매도 사이드카가 9회 발동됐다.
올해 들어 반도체주 중심의 증시 급등세가 본격화한 데다 미-이란 전쟁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겹치면서 시장이 크게 출렁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변동성 확대는 서킷브레이커 발동에서도 나타났다. 서킷브레이커는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전장보다 8%, 15%, 20% 이상 하락한 상태로 1분간 지속되면 단계별로 20분간 또는 장마감까지 시장 전체 거래를 중단하는 조치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올해 서킷브레이커가 2차례 발동됐다.
미국-이란 전쟁 초창기 역대 최대 코스피 하락률(-12.06%)을 기록한 3월 4일과 같은 달 9일 각각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같은 달에 서킷브레이커가 두 번 울린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인 2020년 3월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이러한 변동성이 확인됐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사이드카가 11차례 발동됐다. 이 또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기록(19회) 이후 최다다.
매수와 매도 사이드카는 각각 8번, 3번 발동됐다.
코스닥 사이드카는 코스닥150 선물가격이 기준가격 대비 6% 이상 변동하고 코스닥150 지수가 직전 거래일 최종수치 대비 3% 이상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발동된다.
코스닥 시장 서킷브레이커는 지난 3월 4일 한 차례 발동된 바 있다.
개별 종목 급등락을 완화하는 변동성완화장치(VI) 발동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VI는 개별 종목 또는 증권상품에 대한 가격 안정화 조치다. 일시적으로 주가가 급변하면 발동해 해당 종목은 2분간 단일가 매매로 전환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변동성이 극심했던 2020년,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VI 발동 건수는 총 9만637건으로 월평균 7천553건 수준이었다. 지난해에는 총 6만5천199건으로 월평균 5천433건을 기록했다.
이는 주식과 수익증권,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을 포함한 수치다.
반면 올해는 6월 초 현재까지 이미 5만8천786건이 발동돼 월평균으로 환산하면 1만1천건을 웃도는 수준이다. 팬데믹 시기 월평균 VI 발동 건수의 1.5배 수준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최근 증시 급등 과정에서 특정 업종과 종목으로 자금이 쏠리며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과 시장 영향력이 커진 상황에서 두 종목의 장중 수급 변화가 지수 전체 변동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연초 이후 코스피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욕구가 커지고, 대내외 이벤트가 연이어 이어지면서 국내 증시의 장중 변동폭이 다른 주요 시장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