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 전쟁발 공급 충격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선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예고와 1,520원대 환율까지 겹치면서 서민과 취약 계층이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삼중고'에 직면하게 됐다.
국가데이터처가 2일 발표한 '5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9.92(2020=100)로 1년 전보다 3.1% 상승했다. 2024년 3월 이후 최대 폭이자 첫 3%대 진입이다. 상승률은 1·2월 2.0%에서 3월 2.2%, 4월 2.6%로 석 달 연속 오름폭을 키웠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이 반영되며 석유류 가격이 2022년 7월 이후 최고인 24.2% 급등했고 서비스 물가도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2.8%를 나타냈다.
체감 물가는 더 높았다.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큰 144개 품목으로 작성하는 생활물가는 3.3% 올라 2024년 3월(3.6%)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가 없었다면 상승률이 0.6%포인트(p) 높은 3.7%까지 치솟았을 것이라는 게 정부 분석이다.
문제는 이 흐름이 일시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중동 전쟁과 국제 유가 상승세가 이어지는 데다 여름철 폭우·폭염으로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성도 커질 수 있다. 한은은 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3%대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지호 한은 조사국장은 이날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생활물가 상승률이 3% 초중반까지 오르면서 소비 지출에서 필수재 비중이 큰 취약 계층의 생계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도 부담을 키운다. 물가가 목표 수준(2%)을 웃도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은은 통화 긴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는 처지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7월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시장은 한은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1~2회 올릴 것으로 보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까지 3회 인상 전망도 나온다.
이미 주요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7%를 넘어 8%를 향하고 있고 신용대출 금리도 6%에 육박했다. 한은은 대출 금리가 0.25%p만 올라도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이 3조2,000억원 늘고 1인당 연간 이자가 평균 16만3,000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기에 높은 원/달러 환율도 서민 생활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20.1원까지 올라 지난 4월 2일 이후 두 달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대규모 순매도 영향으로 환율이 고공행진하면서 수입물가 상승과 수입업체 결제대금 부담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생산자·소비자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석유류 안정과 할당 관세, 공급 확대, 폭염·폭우 대비 농·축·수산물의 선제적 수급 관리 등 장바구니 체감 물가 안정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