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미국 증시가 뜨거운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단순히 지수의 오르내림을 넘어 "과연 이 상승세가 어디까지 지속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과 치열한 공방이 오가고 있습니다.
◆ 연료 소진되는 증시…현금 비중 감소에 따른 '매도 신호' 경고
시장 일각에서는 최근의 급등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미국 금융서비스 기업 네이션와이드의 마크 해킷 시장 전략가는 최근 "지금은 조정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사실상 마무리된 상황에서 당분간 증시를 강력하게 견인할 만한 대형 촉매제가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지금까지 시장을 끌어올렸던 '상승 연료'가 점차 소진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이와 함께 전문 투자자들의 자금 흐름에서도 불안한 신호가 감지되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현금 비중은 기존 4.3%에서 3.9%까지 낮아진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월가에서는 통상 글로벌 펀드매니저들의 현금 비중이 4.0% 아래로 떨어지면 이를 '매도 신호'로 받아들입니다. 이는 시장을 향한 낙관론이 극에 달해 주식을 대거 매수했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해석하면 향후 반도체 등 증시 주도주를 추가로 떠받칠 수 있는 '매수 실탄'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자금이 이미 시장에 과도하게 유입되어 있어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이끌어낼 동력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인공지능(AI) 호재에 기대어 질주했던 '쉬운 장세'는 일단락되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 JP모건 "2027년 중반 S&P500 9,000선 가능"…핵심은 'AI 생산성 혁명'
반면 이러한 경계론을 반박하는 강력한 강세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오는 2027년 중반쯤이면 S&P 500 지수가 현재보다 약 22% 추가 상승한 '9,000선'에 도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JP모건은 이것이 확률이 가장 높은 기본 시나리오는 아니라면서도, 현재 일반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더 실현 가능성이 높은 경로라고 강조했습니다.
JP모건이 제시한 증시 9,000선 도달의 핵심 열쇠는 바로 '생산성 향상'입니다. 기업들이 AI 기술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서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매출을 올리는 구조적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즉, 'AI 생산성 혁명'이 기업들의 이익 체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하며 장기 랠리를 뒷받침할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기술주에 강한 베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가 자사 프라임 브로커리지를 통해 글로벌 헤지펀드들의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글로벌 정보기술(IT) 종목에 대한 헤지펀드들의 전체 베팅 규모는 조사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사상 최고치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열 경고 속에서도 이른바 '가장 영리한 돈'으로 불리는 헤지펀드들은 기술주의 추가 상승에 역사적인 규모의 자금을 지속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셈입니다.
◆ 역사적 쏠림 현상…'닷컴버블'과 닮았지만 '실적'이라는 근본적 차이 존재
그렇다면 현재의 기술주 집중 현상은 역사적으로 어느 수준에 도달해 있을까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분석한 역사적 시장 집중도 그래프를 보면 현 상황을 객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극단적인 쏠림은 19세기 '철도주 광풍' 시절로, 당시 철도주 한 업종이 미국 전체 시가총액의 무려 63%를 독식했습니다. 이후 1972년 미국 초우량주 50개 종목에 돈이 몰렸던 '니프티 피프티' 장세 당시 집중도는 40%였으며, 2000년 전후 '닷컴버블' 시대에는 가파른 수직 상승세를 보이며 41%의 집중도를 기록한 바 있습니다. 두 시기 모두 이후 극심한 조정과 버블 붕괴로 이어졌습니다. 현재 2023년부터 2026년까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AI 빅 10'(기존 매그니피센트 7에 브로드컴, AMD, 마이크론을 더한 10개 핵심 AI 종목)의 시장 집중도는 최근 가파르게 치솟으며 40% 선에 육박했습니다. 이는 과거 니프티 피프티(40%) 및 닷컴버블(41%)의 정점과 유사한 수준으로, 단기 과열에 대한 경계감을 높이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월가에서는 과거의 버블 경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19세기 철도주 버블(63%)과 비교하면 아직 극단적인 수준까지는 도달하지 않았다는 분석과 함께, 무엇보다 두 번째 차별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거 실체가 없었던 닷컴버블 시대의 기업들과 달리, 현재의 AI 주도 기업들은 탄탄하고 강력한 '실적'을 기반으로 시가총액 비중을 늘려왔다는 점입니다. 막연한 기대감만이 아닌 실제 기업의 이익이 주가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장점이 과거의 버블들과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는 해석입니다.
결국 월가의 시각을 종합하면, 현재 증시는 경계감과 기대감이 팽팽하게 공존하는 구간에 와 있습니다. 향후 시장의 향방은 기업들이 내놓을 다가올 실적의 견고함, 그리고 AI 기술이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수익화로 연결되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입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