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한 주역은 개인투자자의 상장지수펀드(ETF) 매수세였다. 주식시장 규모와 외국인 투자자 비중에서 국내 증시와 비슷한 대만 증시는 유사한 점이 많다. 과거 대만증시는 최고점 대비 80% 하락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펀드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증시 수준이 도약했던 궤적이 존재한다.
● AI 반도체 훈풍과 금융투자 매수세
코스피는 올해 들어 82% 오르며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은 약 2,400조원 증가했다. 반도체 업종에서만 1,750조원 늘었다.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50%까지 치솟았다.
이러한 상승의 배경에는 우선 수익성 개선이 있다. 다올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업종 영업이익 예상치는 604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2027년 786조원, 2028년 758조원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익이 급증하면서 1년 뒤 예상되는 이익 대비 주가가 얼마나 높은지를 나타내는 선행 PER은 5.2배로 하락했다. 반면, 기업이 가진 순자산 대비 주가 수준인 PBR은 과거 고점인 3배를 넘어 5.3배까지 높아졌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금융투자'가 코스피에서 45조원, 코스닥에서 12조원을 순매수하며 시장을 이끌었다. 반면 외국인은 코스피 현물을 85조원, 선물을 17조원어치 팔아치웠다. 이에 대해 김지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 코스피 상승세를 견인한 것은 개인의 ETF 순매수에 따른 금융투자의 현물 순매수였다"고 분석했다.
개인이 ETF를 사면 유동성 공급자(LP)인 증권사는 현물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실제 개인은 국내 상장 ETF를 43조원 순매수했고, 금융투자는 현물 주식을 45조원 순매수했다.
주식시장 주변을 맴도는 대기 자금도 넉넉하다. 투자자가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둔 투자자 예탁금이 130조원을 돌파했다. 언제든 쉽게 돈을 뺄 수 있는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51조원 증가해 700조원을 기록했다. 2022년 6월 이후 처음으로 700조원대에 진입했다.

● 한국 증시보다 먼저 앞서간 대만
대만 증시는 코스피 시장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거울이다. 1980년대 1만 포인트를 돌파했던 대만가권지수는 1990년 1만 2000까지 급등한 후 거품이 꺼지며 2500까지 폭락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2018년 이후 펀드에 모인 자산 규모가 팽창하면서 국면이 달라졌다. 2017년말 106억달러였던 대만의 전체 ETF 자산 규모는 2018년 230억달러로 급증했다. 2025년말에는 2,383억달러까지 불었다.
김 연구원은 "시장 규모, 외국인 비중, 산업 구조 등 대만 증시와 국내 증시와 유사하다"며 "대만도 개인 투자자의 ETF 투자 활성화와 함께 지수 레벨이 상승한 국면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 결과 1만 포인트 수준에 갇혀 있던 대만 지수는 2024년 2만을 넘어섰고, 2026년 4만 선에 안착했다는 분석이다.
● 대만 앞지른 韓증시, 글로벌 눈높이 '아직 대만'
한국과 대만 증시는 반도체 업종의 비중이 높고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았다.
글로벌 펀드들이 투자 지표로 삼는 신흥국 지수 내 비중은 아직 대만을 더 높게 평가한다. 대만의 비중은 25%로 한국(19%)보다 높다.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이 4조 4000억달러로 대만 시총(4조 2000억달러)을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수 내 비중은 밀리는 것이다.
이는 대만이 일찍부터 주주 우대 정책을 펴면서 기업 가치를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의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선행 PER을 보면 대만은 19.8배인데 한국은 8.4배에 그친다. 배당수익률 역시 대만이 1.71%로 한국(0.93%)보다 높다.
김 연구원은 "대만은 꾸준히 지배구조 개선 등 주주친화적인 정책을 선제적으로 단행했다"며 "높은 주주환원율은 대만 증시의 높은 밸류에이션과 신흥국 내 비중 확대의 근거"라고 말했다. 올해 외국인이 주식을 파는 상황 속에서도 대만은 자국 투자자들이 253억달러를 순매수해 외국인의 80억달러 순매도를 완벽히 방어하며 지수를 밀어 올렸다.

● '코스피 1만' 2가지 시나리오
한국은 ETF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ETF 자산 규모는 2023년말 100조원을 돌파했고, 2026년 5월 기준 466조원까지 늘었다. 특히 국내 주식형 ETF 규모는 215조원으로 전년 대비 123% 급증했다. 시장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패시브 펀드의 대규모 추가 유입이 제한적인 현 상황에서, 코스피가 1만 포인트에 도달하기 위한 조건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먼저 시장 분위기가 좋아지면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높아지는 '멀티플 리레이팅'이다. 대만 증시가 과거 1만에서 2만으로 뛰어오를 때 선행 PER 하단이 12배에서 15배로 높아졌다. 현재 코스피는 선행 PER 하단이 7배에서 10배 수준으로만 올라가도 지수는 1만에 도달하게 된다.
두번째는 기업 실적 전망치가 더 높아지는 펀더멘털 개선이다. 현재 604조원인 2026년 반도체 영업이익 예상치가 최고 전망치인 688조원까지 14% 상향 조정된다면, 멀티플 조정 없이도 코스피 전체 영업이익이 9% 상승해 8000선 도달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반도체 외의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15% 추가로 오르면 전체 이익이 14% 뛰어 1만선에 도달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코스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지배력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제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 대만 증시와 차별화된다"며 "산업의 다양성이 실적 호조의 시장 전반 확산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