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당뇨병 치료제가 암 환자의 치료 효과와 생존율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4건의 연구에서 GLP-1 약물 복용 환자들은 일부 암에서 더 낮은 진행·전이 위험을 보이고, 생존율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클리블랜드 클리닉 암 연구소 연구진은 초기 암 진단 이후 GLP-1 약물을 복용한 환자 1만명 이상을 추적해 다른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한 환자군과 질병 진행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GLP-1 복용군은 암 전이 가능성이 더 낮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폐암 환자의 경우 진행성 질환(질병이 초기 단계를 지나 주변 조직으로 침범하거나 다른 장기로 퍼진 상태)으로 악화한 비율이 대조군(22%) 대비 GLP-1 복용군(10%)에서 절반 미만으로 줄었다. 유방암 환자에서도 역시 GLP-1 복용군 10% 대 대조군 20%로 유사한 패턴이 나타났고, 대장암과 간암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가 나타났다.
이 연구는 이달 29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6 연례 학술대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GLP-1 복용자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낮은지, 그리고 진단 후 생존 기간이 더 긴지에 등을 살펴본 연구들도 있다.
텍사스대 MD 앤더슨 암센터가 유방암 환자 13만7천여명을 분석한 결과 GLP-1 약물 복용자의 5년 생존율은 95% 이상으로, 비복용자(89.5%)보다 높게 나타났다.
펜실베이니아대가 여성 약 9만5천명의 유방 영상 자료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GLP-1 약물 복용 여성의 유방암 진단 확률이 연령·체중 등 위험 요인을 고려한 이후에도 약 25%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GLP-1 약물들이 암에도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으며,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체중 감량과 대사 건강 개선이 간접적으로 암 위험을 낮출 가능성이 거론되는 한편, 일부 암세포 표면에 GLP-1 수용체가 발현한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약물이 암의 생물학적 기전에 더 직접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거론하는 의견도 나온다.
GLP-1 약물은 현재 혈당 강화와 체중 감량 외에도 심장마비·뇌졸중 위험 감소 용도로도 승인을 받은 상태다. 수면 무호흡증 완화와 중독 행동 억제 가능성에 대한 임상시험도 진행 중이다.
최근 발표된 4건의 연구들은 여기 더해 항암 효과도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이 연구들은 치료제로서 효과를 검증하는 목적으로 면밀히 설계된 임상시험이 아니라 후행적 검토를 통한 관찰 연구에 불과하며,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연구 대상 환자들은 이미 당뇨병이나 비만 치료를 위해 해당 약물을 복용 중이었고 연구진이 이들의 진료 기록을 분석해 통계적으로 유의한 경향을 찾아낸 것으로, 항암 효과 가능성 등 시사점을 확인하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GLP-1 약물을 처방받는 환자들은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좋고 더 일관된 후속 관리를 받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임상 외적인 이점이 독자적으로 환자 예후를 개선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로스와프 마치예프스키 클리블랜드 클리닉 암 연구소 부소장은 수십만 명 규모의 데이터에서 일관되게 이런 결과가 나온 점을 주목하면서 "이 수치들을 무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