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비상하는 가운데, SK그룹 내 바이오 형제인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싸늘해지고 있다. 늘어난 투자 비용 부담과 얼어붙은 바이오 시장의 분위기가 발목을 잡으며 증권가에선 나란히 목표주가가 낮춰잡고 있다.
● SK바이오팜, 역대급 성적표에도 주가는 역주행
SK바이오팜은 뇌전증(간질) 같은 뇌 신경 질환을 치료하는 신약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입증한 회사다. 1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실적을 달성했다. 21일 흥국증권에 따르면 SK바이오팜의 매출액은 2279억원으로 1년 전보다 58% 뛰었고, 영업이익은 250% 늘어난 8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뇌전증 신약인 '엑스코프리'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빠른 속도로 팔려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에만 1977억원어치가 팔렸고, 실제 환자들에게 처방된 건수도 25.7% 늘었다. 여기에 신약을 다른 국가로 진출시키며 받은 기술료(마일스톤)와 해외 자회사가 성장하며 거둬들인 이익까지 차곡차곡 쌓였다. 흥국증권은 올해 SK바이오팜의 영업이익이 3387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호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주가는 역주행 중이다. 최근 3개월간 주가가 19.28% 내렸다.
증권가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회사 내부 문제보다는 바이오 시장에 퍼져있는 부정적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한다. 고금리 환경에서 바이오 산업에 투자하려는 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향후 경쟁 약품이 나오면 지금보다 돈을 덜 벌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에 기업의 적정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를 '밸류에이션 디레이팅'이라고 부른다. 회사가 실제로 벌어들이는 돈이나 기초 체력에 비해 주식 시장에서 쳐주는 몸값 기준 자체가 야박하게 낮아졌다는 의미다.
흥국증권은 이러한 시장의 냉랭한 평가 기준을 반영해 SK바이오팜의 목표주가를 기존 16만원에서 14만원으로 낮췄다. 이지원 흥국증권 연구원은 "엑스코프리의 뛰어난 치료 효과와 폭발적인 성장세 자체는 전혀 훼손되지 않았으므로, 주가가 지나치게 많이 떨어진 지금이 장기적인 안목에서는 좋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SK바이오사이언스, 막대한 연구비에 발목
21일 유가증권시장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0% 하락한 3만 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3개월간 20.40% 내렸다. 이 기간 코스피 지수가 34.56%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수두나 독감 등을 예방하는 백신을 연구하고 위탁생산하는 백신 전문 기업이다. 1분기 실적을 보면 매출은 168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났다. 파트너사인 사노피의 의약품을 대신 유통해주는 사업이 훌쩍 성장하며 전체적인 회사 덩치가 커진 덕분이다. 하지만 44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폭이 1년 전보다 294억원 더 커졌다.
가장 큰 이유는 차세대 폐렴구균 백신(PCV21)에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많은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검증하는 단계인 임상3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투입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본사를 송도로 옮기는 데 들어간 일회성 비용도 적자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독일의 위탁생산 자회사인 IDT바이오로지카 역시 미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시설을 정비하면서 58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흥국증권은 올해 SK바이오사이언스가 총 1493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목표주가를 기존 6만원에서 5만 2000원으로 낮춰 잡았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