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 합의를 이뤄내면서 '100조원대 손실'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지만 삼성 노조발 ‘영업익 n% 성과급’ 요구가 노동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역대급 하투가 예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양대 노총이 삼전 노사 합의에 "독식은 없다, 하청 노동자와 성과 나눠야 한다"고 요구하며 노란봉투법을 등에 업은 하청·협력업체의 성과급 압박도 거세질 것이란 우려입니다.
세종 주재기자 연결합니다. 전민정 기자, 삼성전자 노사 합의에 노동계가 ‘하청과의 성과 배분’ 이슈를 들고 나왔어요. 무슨 내용인가요?
<기자>
네, 삼성전자 노사의 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양대 노총이 하청 노동자에게도 삼성전자의 성과에 대한 공정한 배분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낸 건데요.
먼저 한국노총은 오늘 논평을 통해 "대기업의 성과가 원청 내부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면서 "삼성전자의 성장과 생산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노동자들이 함께 만든 결과"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협력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성과의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수 있도록 납품단가 구조 개선, 기술·생산 이익 공유, 상생협력 강화 등 산업 생태계 전반을 혁신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삼성이 거둔 세계적 성과는 대기업 정규직만의 전유물이 아닌, 하청·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 그리고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결합한 '사회적 총노동'의 결실"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는데요.
이어 "이번 타결의 성과는 반드시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지역사회 환원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앵커>
성과급 논란이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원·하청 구조 전체로 확산하는 모습인데요. 현장에선 실제 이런 움직임이 현실화되고 있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올해 3월 노조법 2,3조 개정,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하청업체도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게 됐고요. 원청과 하청업체간 교섭이 불발됐을 경우 하청도 파업과 같은 쟁의행위가 가능해졌는데요.
법 시행 이후 한 달 만에 원청 기업을 상대로 한 하청노조의 단체교섭 요구가 1천건을 넘을 정도로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원청에 성과급을 나눠달라는 요구도 거세지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SK하이닉스의 물류 하청 업체인 피앤에스로지스 노조는 “SK하이닉스와의 성과급 격차를 해소해달라”며 전면 법정 투쟁까지 예고하고 나섰고요.
구내식당·공장 보안·경비 등 현대차 하청근로자 1700여명도 정규직 노조와 마찬가지로 “성과급을 지급하라”는 내용을 포함해 현대차에 원청 교섭을 요구한 상황입니다.
한화오션도 사외 하청 업체인 급식 업체 웰리브 노조로부터 동일 비율 성과급을 요구받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이번에 삼성전자 노조가 막판까지 성과급 제도화를 강하게 주장할 수 있었던 것도 노란봉투법 시행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는데요.
노조법 개정으로 임금, 근로시간 등 근로조건으로 한정됐던 쟁의 대상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으로 확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임금이 아닌 성과급은 단지 경영상 판단의 문제였는데요. 이제는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회사의 결정사항이 됐기 때문에 정당한 쟁의 대상이 될 수 있었던 거죠.
노란봉투법 시행 여파에 그동안 임금협상의 부수적 쟁점으로 여겨졌던 성과급마저 핵심 파업 카드로 떠오르고, 여기에 하청·협력업체까지 성과급 요구 행렬에 가세하면서 산업계에선 줄파업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데요.
이번 삼전 노사 합의를 기점으로 2000년대 이후 최악의 '하투'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오늘은 또 HD현대중공업이 하청 노동조합에 대한 교섭의무가 있는지를 가리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어요.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 나오는 대법원 판단이라는 점에서 산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는데요. 결론이 어떻게 났나요?
<기자>
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대법원은 HD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조합이 2017년 원청을 상대로 낸 단체교섭 청구 소송에서 "단체교섭에 응할 의무가 없다"며 HD현대중공업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올해 3월부터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노란봉투법이 시행이 되고 있지만요.
이번 건은 이 노란봉투법 시행 전 사안이기 때문에 개정 전 구 노동조합법 2조에 따라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 건데요.
이에 따라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와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계약을 맺고 있는 자'로 봐야 한다는 기존 판례가 유지돼 현대중공업 하청 노동자들의 단체교섭권이 인정되지 않은 겁니다.
다만 대법원은 다수 의견을 통해 "향후 개정 노동조합법이 적용되는 사건에서는 입법목적에 맞게 '실질적 지배·결정 지위에 있는 자'의 개념을 해석해야 한다"고 명시했는데요.
앞으로 노란봉투법 적용 사건에서는 원청의 단체교섭의무가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한 셈입니다.
일부 대법관들이 낸 반대의견도 주목해볼만 한데요.
4명의 대법관은 "노동3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해서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하는 경우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한다고 봐야 한다"고 밝혀 노란봉투법 시행 이전의 사건일지라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결정했는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입니다.
지금까지 세종스튜디오에서 한국경제TV 전민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