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달러 환율이 한 달 반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따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도세와 중동발 지정학적 불안이 맞물리면서다.
19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7.5원 오른 1507.8원에 마감됐다. 지난 15일 9.8원 급등하며 1500.8원을 기록한 후 전날 1500.3원에 이어 3거래일째 1500원 선을 유지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달 2일(1519.7원) 이후 최고치다.
환율 상승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매도세가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조3000억원을 순매도하며 9거래일 연속 '팔자'를 이어갔다. 9거래일간 누적 순매도는 42조 원에 달한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성 매물이 나오면서 역송금성 달러 매수 수요에 대한 경계감도 커졌다.
글로벌 채권 금리 상승도 외국인 이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꼽힌다. 통상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늘고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위축된다.
18일(현지시간)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를 돌파해 2007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1999년 발행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라섰고,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 역시 28년 만에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다.

국내 시장도 즉각 반응했다. 이날 한국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장중 3.7%를 넘어섰다.
중동 리스크도 변수로 작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공격을 하루 앞두고 중단했다고 밝히며 종전 협상 기대가 부각됐지만 그동안 기대와 실망이 반복된 만큼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장에서는 환율 1500원 시대가 '뉴노멀'로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지만 일시적 반등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주는 환율 상방 압력이 일시적으로 중첩된 측면이 있어 추세적 반등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대내적으로는 외국인 국내 주식 매도와 채권 금리 상승이 나타났고, 대외적으로는 파운드화 급락으로 강달러 압력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환율 레벨인 1,500원 선에서 전쟁 직후 전고점인 1,536원 사이는 부담이 상당히 커 상승 여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