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정밀 유도무기와 방공 미사일을 대거 소모하면서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에 대한 억지력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루 전쟁 비용만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관측도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이란전 발발 이후 미국이 토마호크 미사일 1,000발 이상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패트리엇 등 핵심 방공미사일 1,500~2,000기를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당국자들은 현재 소모된 미사일 재고를 다시 채우는 데 최대 6년이 걸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해 비축했던 장거리 스텔스 순항미사일 1,100기와 패트리엇 미사일 1,200여발 등을 소진해 무기 재고가 우려할 수준까지 낮아졌다고 전했다.
패트리엇 미사일은 1발당 400만달러(약 59억3,000만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전체 전쟁 비용은 280억달러~350억달러, 우리 돈 약 41조5,000억원에서 51조9,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다. 하루 평균 비용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에 육박한다는 계산이다.
무기 재고 감소는 아시아 주둔 미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군은 이란전 이전 남중국해에 있던 에이브러햄 링컨호를 중동으로 재배치했고 일본에 배치됐던 강습상륙함과 해병 원정 부대도 중동으로 이동시켰다.
이란의 드론과 로켓 공격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내 사드 전력 일부도 중동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비어 브런슨은 21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서 "사드 체계 자체는 여전히 한반도에 있지만 탄약은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사드 요격미사일 반출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NYT는 한국이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 가운데 사드 체계를 운용하는 유일한 국가라고 짚었다. 미 의회에서도 사드 재배치가 대북 억지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무기 부족과 태평양 지역 경계 태세 약화로 미 국방부는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에 대비한 기존 작전 계획 조정까지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2049년까지 대만에 대한 완전한 주권 행사를 목표로 내걸고 있으며 무력 통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스팀슨센터의 켈리 그리코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며 중국과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고위 당국자들은 무기 손실이 미국의 대비 태세나 중국과의 단기 분쟁 대응 능력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을 부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