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6,500선을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증권가는 이번 상승장의 핵심 동력으로 기업 실적 모멘텀을 꼽고 있다. 다만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유가·금리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실적이 검증된 주도주 중심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반도체 어닝 서프라이즈' 증시 상승 견인
25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합산 영업이익은 2026년 858조원, 2027년 1,133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코스피가 신고가 수준임에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7배 중반에 불과해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외에도 에너지, 증권, IT하드웨어(ITHW), 2차전지, 전력기기의 이익 모멘텀이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계기로 실적 상향 조정 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 투자자 머니무브도 증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1분기 퇴직연금 내 원리금보장형 적립금은 전 분기 대비 2.8% 감소한 반면, 원리금비보장형은 20% 급증했다. 안전자산에서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신호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코스피의 밸류에이션을 두고 "이익 대비로는 싸지만, 자본 대비로는 비싼 구간"이라고 진단했다. 12개월 선행 PER은 8.5배로 과거 평균(10배)을 하회하는 반면, 후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99배로 역사적 신고점 부근이다. PER이 낮은 것은 시장이 향후 이익 급증을 이미 주가에 선반영했기 때문이고, PBR이 높은 것은 반도체·AI 인프라 중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밸류업 정책 기대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나 연구원은 이에 따라 반도체·전력기기·원전·방산 등 실적이 검증된 주도주를 포트폴리오의 핵심으로 유지하되, ROE 개선폭이 큰 업종 내에서 실적이 확인되는 종목을 선별적으로 편입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올해 ROE 개선폭이 큰 업종으로는 상사·자본재(+10.5%p), 미디어·엔터(+9.0%p), 에너지(+8.1%p), 비철·목재(+7.2%p), IT하드웨어(+6.9%p), 필수소비재(+6.4%p) 등이 꼽혔다.

●'FOMC·수출 지표' 다음 주 최대 변수
다음 주 증시의 향방을 가를 최대 변수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한국의 4월 수출 지표다. FOMC는 오는 28~29일 양일간 열리며, 기준금리는 동결이 유력하다. 관건은 파월 의장의 발언 수위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이 주재하는 마지막 통화정책 회의인 만큼 기자회견에서의 매파적 발언 수위가 높아질 경우 금리와 달러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I 유가가 배럴당 80~100달러 사이에서 움직이며 전년 대비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연준이 유가발 물가 리스크를 어떻게 표현할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다만 노동시장이 안정적이고 근원 물가 압력이 제한적인 만큼, 국제유가만 안정되면 하반기 금리 인하 재개 가능성도 열려 있다.
차기 연준 의장 인준 문제 역시 변수다. 케빈 워시 지명자는 지난 21일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틸리스 상원의원이 법무부의 파월 의장 수사 종결 전까지 상원 표결을 막겠다고 공언하면서 인준 일정이 불투명해졌다. 워시가 5월 15일까지 인준을 받지 못할 경우 파월 의장이 임시 의장직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시장이 주시하는 대목이다.
수출 지표는 긍정적이다. 김 연구원은 "4월 20일 기준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년 동기 대비 49.4% 급증한 만큼 월간 기준으로도 양호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5월 이후 시장 성격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그는 "수출 증가율이 고점 부근에 가까워졌을 가능성이 높고, 실적 추정치 상향 속도도 둔화될 여지가 있다"며 "반도체 주도주에 대한 집중도가 5월부터 완화될 수 있는 만큼, 반도체와의 상관계수가 낮고 실적 모멘텀이 있는 조선·2차전지 등으로 관심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인플레이션과 금리 부담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 시점은 2분기 말 이후로 추정되는 만큼, 당분간 실적과 밸류에이션이 증시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