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전쟁 비용이 단순 군사비를 넘어 향후 10년간 1조달러(약 1,476조원)를 넘어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에너지와 식량 가격 급등, 재정 부담, 빈곤 심화 등 경제적 후폭풍은 오래 이어질 것이란 주장이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21일(현지시간) 사설 '이란 전쟁의 진정한 비용: 폭탄은 사람을 죽이지만, 경제적 여파도 마찬가지다'를 통해 미국의 전쟁 대가가 결국 취약계층에 집중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문은 "비용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누적된다"며 "그러나 그 고통이 널리 퍼져 있기는 하지만 결코 고르게 분담되지는 않는다. 에너지, 식량, 비료 비용의 상승은 가난하고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 점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란 경제는 장기간 제재와 정책 실패로 이미 어려운 상태지만 외부 압박을 견디도록 구조화돼 왔으며, 이란 정권 역시 군사·전략적 압박 속에서도 생존해왔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전쟁 첫 엿새 동안 군사비용이 113억달러(약 16조7,000억원)라고 브리핑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실제 비용이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부재정 전문가 린다 빌름스는 이자 비용과 참전용사 지원, 장기 복지지출 등을 반영하면 이번 전쟁 총비용이 1조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을 이달 초순에 내놨다.
문제는 직접 군사비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가 상승과 소비 위축, 생활비 부담 확대 등 간접 비용까지 더해지면 경제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가디언이 인용한 미국기업연구소(AEI)에 따르면 유가 상승 등을 포함해 미국 평균 가구가 부담할 총비용은 410달러(60만5,000원)로 추산됐다. 영국 가구는 연간 480파운드(96만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은 전쟁 발발 한 달 만에 아랍 국가들이 1,200억달러(약 177조원)에서 1,940억달러(약 286조원) 규모의 경제 위축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충격은 최빈곤층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심각한 식량난을 겪는 인구가 4,500만명 늘어날 것이라고 지난달 전망했다.
가디언은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조정 담당 사무차장 톰 플레처의 발언도 소개했다. 그는 "8,700만 명을 살릴 수 있었을 돈이 생명을 빼앗는 데에 낭비되고 있다는 사실은 참혹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