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신동빈 회장 등 총수 일가 관련 수사 대응에 사용한 법률 비용을 회사 경비로 인정해 달라며 과세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나진이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코리아세븐, 롯데쇼핑, 롯데지주 등 롯데 계열사 15곳이 관할 세무서 10곳과 서울지방국세청을 상대로 낸 법인세 등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부분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다만 롯데쇼핑에 대해서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검찰과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은 2016년 6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신 회장과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의혹, 뇌물공여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 과정에서 롯데 계열사들은 수사 대응을 위해 변호사 자문료 등 법률 비용을 지출했고 이를 법인 비용으로 처리해 세금을 신고했다.
하지만 서울지방국세청은 세무조사 뒤 해당 비용이 기업을 위한 지출이 아니라 개인을 위한 비용이라고 판단해 손금불산입 처리했다. 손금불산입은 회계상 비용으로 잡히더라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하지 않는 방식으로, 그만큼 세 부담이 늘어난다.
세무 당국은 당시 수사 대상이 신 회장 개인이었던 만큼 해당 법률 비용은 회사 사업과 직접 관련성이 없고 세법상 회사 비용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롯데 측은 당시 검찰 수사가 계열사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진행돼 방어 필요성이 있었고, 관련 비용 역시 계열사 업무와 무관하지 않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배임이나 횡령 등의 피의자인 회사 임직원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법률 비용은 원칙적으로는 회사의 비용으로 차출할 수 없다"며 "계열사들이 검찰의 수사에 대응하기 위해 법률 비용을 지출했더라도 이는 임직원 개인이 아닌 회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범위 내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수사가 이뤄진 피의사실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범죄는 총수 일가의 배임, 횡령, 조세포탈 등으로 이는 개인적 비위나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사후에 상당수 피의사실에 불기소 처분이나 무죄 판단이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수사 과정에서 지출한 법률 비용 전액이 손금이나 매입세액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롯데쇼핑 일부 법률 비용에 대해서는 회사 이익을 위한 지출로 인정해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봤다. 롯데쇼핑이 검찰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 대상이 됐고, 일부 혐의에서는 총수 개인이 아닌 회사 자체가 피의자로 적시됐던 점 등이 고려됐다.
신 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측에 70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2019년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으며, 2022년 8월 특별사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