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란 점퍼가 무거워지고 있다. 호남의 경선은 끝났지만, 이긴 자도 진 자도 웃지 못하는 풍경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의 지방선거 후보들이 가려졌지만, 승리의 환호성 뒤로 들리는 소음이 예사롭지 않다.
재심 신청과 단식 농성, 그리고 현직 지사의 '깜깜이 경선' 폭로까지 터져 나오며 '아름다운 승복'은 실종됐다.
당 지도부가 서둘러 후보 인준을 강행하며 봉합에 나섰지만, 경선 과정에서 무너진 신뢰의 벽은 본선 가도의 거대한 암초가 될 모양새다.
전남·광주 통합특별시장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후보 당사자조차 상세 내용을 모르는 '깜깜이 경선'이 과연 맞는가"라며 당의 관리 방식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여론조사 과정에서 전남 거주자 일부의 응답이 자동 차단된 설계 오류를 두고 "어떻게 이런 부주의가 발생하느냐"는 그의 일갈은 단순한 패자의 변명을 넘어 정당 정치의 투명성에 치명적인 의문을 던졌다.
당의 시스템에 대한 원색적인 불신과 검증 불가능한 보완 조치로 결과를 덮으려 했다는 지적은 지지층에게 불신의 씨앗을 뿌리는 셈이다.
전북 역시 후유증이 깊다. 명쾌한 해명도 없이 강행된 인준은 지역 내 반발을 키우고 있다.
이원택 의원이 1%p 차 신승을 거두며 후보로 확정됐지만, 안호영 의원은 이 후보의 '제3자 식비 대납' 의혹에 대한 재감찰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이어가는 중이다.
당 지도부가 "인준과 감찰, 수사는 별개"라며 이 의원을 공식 후보로 인준했지만,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후보를 서둘러 추대한 모습에서 '원팀'의 진정성을 읽기는 어렵다.
민주당이 내부 잡음에 매몰되는 동안, 호남 유권자들은 조용히 등을 돌린 적이 있다. 지난 지방선거 광주광역시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저치를 기록하며 지지층의 냉소를 수치로 남겼다.
이번에도 시스템 오류와 의혹을 적당히 덮고 점퍼만 입힌다면, 호남 지역민들은 다시 한번 '투표 거부'라는 차가운 심판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
파란 점퍼는 당선 보증수표가 아니라 지역민들이 잠시 빌려준 '책임의 상징'이다. 패자가 깨끗이 인정하고 승자가 진심으로 포용하는 정치의 품격이 사라진 자리에 민심이 머물 리 없다.
승복을 강요하기 전에 승복할 수 있는 공정한 과정부터 증명하는 것이 37.7%라는 숫자가 보낸 준엄한 경고에 응답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