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미 증시는 견고한 기초 체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이번 조정이 오히려 우량주를 저렴하게 매수할 기회라는 낙관론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개장 전 발표된 주요 금융주들의 성적표를 통해 미국 경제의 실제 온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JP모간과 씨티그룹, 블랙록 등 주요 금융사들은 웰스파고의 매출을 제외하고 대부분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주가의 희비는 명확히 갈렸습니다. JP모간은 순이익은 양호했으나 핵심 수익원인 순이자이익(NII) 가이던스를 낮춰 잡으며 주춤했고, 에버코어 ISI는 목표가를 320달러로 하향 조정하며 눈높이를 낮췄습니다. 반면 씨티그룹은 구조조정 이후의 수익성 개선 노력을 높게 평가받으며 오펜하이머 등으로부터 장기적인 신뢰를 얻어냈습니다.
개별 종목의 평가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시장 전체를 바라보는 월가의 시각입니다. RBC 캐피털 마켓이 내놓은 데이터에 따르면, 월가는 현재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거의 '외면'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S&P 500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는 2024년부터 단 한 번의 꺾임 없이 우상향해 2027년 1분기에는 339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이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해 영업이익률을 18.9%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는 공격적인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습니다.
매출 성장률은 9%대에 머무는데 이익 성장률은 무려 17%에 달할 것이라는 이 '장밋빛 전망'은 이란 전쟁이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같은 변수를 사실상 배제한 결과입니다. 현실 부정에 가까운 이 가파른 그래프는 역설적으로 작은 변수에도 시장이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위험 신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낙관론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다름 아닌 '월가의 황제'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이었습니다. 그는 1분기 수익이 13%나 늘어난 성적표를 손에 쥐고도 "지금 위험하다"는 경고를 먼저 내놓았습니다. 정부의 재정 지출과 AI 투자 열풍으로 겉은 멀쩡해 보이지만, 그 뒤에 숨은 중동 위기와 고유가, 자산 거품이라는 '복잡한 지뢰밭'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지적입니다.
결국 지금의 호실적에 취해있기보다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헤지'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월가의 장밋빛 전망이 어닝 시즌이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혔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박지원 외신캐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