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결렬되면서, 글로벌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도 더욱 커졌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11시부터 미국의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시작될 예정인데요.
전쟁이 장기화되면 특히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의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정치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김 기자, 중동전쟁 리스크를 이유로 이미 국내외 기관들이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아시아개발은행 ADB는 “중동전쟁이 올해 3분기까지 이어질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성장률이 4.7%까지 떨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는 전쟁이 한 달 내 끝난다고 가정했을 때 전망치보다 무려 0.4%p 낮은 수치입니다.
모건스탠리 역시 “유가가 배럴당 10달러씩 오를 때마다, 아시아 지역 경제성장률은 0.2~0.3%p씩 떨어질 것”으로 추산했는데요.
이렇게 하나같이 아시아 지역을 우려하고 있는 건 바로 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수입 에너지 의존도가 유독 높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등이 꼽히는데요.
일본의 경우 중동산 원유 수입 의존도가 약 96%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높고요.
우리나라 역시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앵커>
특히 우리나라 상황이 좋지 않은데요. 기존 2%내외 였던 올해 성장률 전망이,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1%대는 물론 0%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죠?
<기자>
네. 최근 국제기구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기관들은 대체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1% 후반대로 보고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유가 상승이 반도체 수출 증가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내수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선데요.
실제로 지난주 금통위에서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 호조, 추가경정예산에도 불구하고 올해 성장률이 2%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달 26일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7%로 0.4%포인트 하향조정했습니다.
다만 이건 올해 중반부터 석유·가스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진다고 가정한 수치여서요.
만약 전쟁 장기화로 에너지 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1.7% 성장도 힘들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해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최악의 경우 0%대 성장도 거론된다는 점인데요.
NH금융연구소는 중동 전쟁이 3개월 가량 지속될 경우, 그러니까 5월말까지 이어질 경우 성장률이 0.3%p 하락하고, 1년 이상 이어질 경우에는 고유가와 교역 위축이 겹치며 0%대 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앵커>
문제는 이렇게 성장률은 떨어지는데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죠?
<기자>
맞습니다. 한국은행을 포함해 주요 기관들은 현재 경제성장률은 낮춰 잡으면서 물가상승률은 상향 조정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2% 중후반대로 보고 있는데요.
물론 지금 이 상황을 과연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볼 거냐에 대해선 의견 차가 있습니다.
“아직 방어가능한 범위에 있는 만큼 스태그플레이션까지는 아니다” 혹은 “스태그플레이션 초입단계에 있다” 이렇게 나뉘고 있는데요.
다만 중동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를 피할 수 없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보입니다.
실제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0일 금통위 기자간담회에서 “현시점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낮다”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는데요.
여기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래 에너지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중동사태 영향이 장기화되는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해외에서는 한은보다 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요.
프랑스계 투자은행(IB) 나틱시스는 최근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위험이 크다”면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8%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했고요.
물가상승률은 무려 4.2%로 제시했습니다.
영국 리서치 기관 캐피털 이코노믹스 역시 스태그플레이션 진입을 전제로 우리나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에서 1.6%로 낮췄습니다.
<앵커>
중동 불확실성이 큰 워낙 상황인 만큼 한국은행의 고민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일단 금리 동결로 대응을 하긴 했습니다만, 이창용 총재가 퇴임한 뒤 열리는 오는 5월 금통위에서의 전망치 변화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앞으로의 금리 전망, 어떻습니까?
<기자>
증권가에서는 5월 금리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습니다.
설령 중동전쟁이 한달 내 끝난다 하더라도 상당기간 여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추가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지 않겠냐는 건데요.
여기에 당초 매파성향으로 평가받았던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 역시 기준금리 변동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해 동결 예상에 힘을 실었습니다.
신 후보자는 금리인상 필요성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서면 질의에 “현재 2.5%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범위의 중간 정도에 있다”면서 “기준금리는 거시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수단이기 때문에 금융안정만 고려할 수는 없으며 물가와 성장 흐름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답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7월 들어선 금리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는데요.
씨티은행은 오늘 “한은이 올해 7월과 10월 각각 25bp씩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을 유지한다”면서 “금리인상의 가장 빠른 신호는 5월 금통위 K점도표에서 나타날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6개월 뒤 금리 수준에 대해 금통위원 1명당 3개씩 점을 찍어 나타내는 K점도표는 지난 2월 처음 도입됐는데요. 5월 점도표에서는 중동전쟁 이슈를 반영한 금리 전망이 담길 예정입니다.
<앵커>
정치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