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적인 2주간 휴전 합의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일제히 안도랠리를 펼쳤습니다. 그렇지만 불안감은 여전한데요,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를 감안하면 변동성 리스크는 여전하단 평가가 나옵니다. 그만큼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도 높은 시기인데요, 예전과 달리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불렸던 채권과 금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초단기 상품과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이 몰리고 있습니다. 증권부 이민재 기자와 함께 흐름 짚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먼저 국내 채권·금 쪽 자금 상황부터 보죠.
<기자>
숫자부터 보겠습니다. 국내 채권형 펀드 설정액은 1월 초 40조 원 수준이었는데, 4월 7일 기준 35조 6천억 원으로 줄었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약 4조 4천억 원이 빠져나갔고, 3월 초와 비교해도 2조 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금 ETF도 비슷합니다. 지난달 3일 기준 3조 3,186억 원이었는데, 이달 7일에는 3조 3,159억 원으로 소폭이지만 27억 원 줄었습니다.
<앵커>
왜 그런 겁니까?
<기자>
유가와 물가가 불안하니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가 뒤로 밀릴 수 있단 우려가 나왔었죠. 고금리가 더 오래 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금과 채권을 들고 있을 때의 기회 비용이 커졌고, 가격 변동성까지 부담이 되면서 전통 안전자산의 매력이 떨어진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빠져나간 자금은 어디로 옮겨가고 있습니까?
<기자>
대표적인 곳이 머니마켓펀드, MMF입니다. 올해 1월 초만 해도 MMF 설정액은 약 126조 2천억 원 수준이었는데, 지난 7일에는 178조 원까지 늘었습니다. 3개월 남짓한 기간에 51조 원이 늘어난 겁니다. 특히 4월 초 들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졌습니다. 3월 말 기준으로는 150조 원대였는데, 지난 3일에는 178조 원으로 불면서, 1~2일 사이에만 20조 원 가까운 ‘단기성 자금’이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초단기 채권도 비슷한 흐름입니다. 이달 8일까지 약 5,300억 원 정도가 새로 유입됐습니다. 만기가 짧고, 금리 수준은 높은 상품들로 현금성 자금이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은 최소화하면서 이자를 얻으려는 ‘파킹 전략’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국내뿐 아니라 해외 자금 흐름도 비슷합니까?
<기자>
글로벌 ETF 흐름을 봐도 비슷한 그림이 나옵니다. 미국 채권 ETF에는 지난달 말 기준 순유입이 있었지만 규모가 빠르게 줄었습니다. 직전 7주 평균이 주당 약 100억 달러 유입이었다면, 최근에는 50억 달러 안팎, 절반 수준에 그친 겁니다. 구성을 보면 더 명확합니다. 단기채에는 자금이 몰리고, 중·장기채에서는 오히려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금 ETF에서도 2월까지 9주 연속 자금이 유입되다가 3월부터 달라졌는데요. 글로벌 금 ETF에서는 4주 연속 자금이 빠져나갔습니다.
<앵커>
과거와는 조금 다른 ‘위험 회피 공식’이 작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자>
예전에는 위험 회피는 금·장기국채라는 공식이 상대적으로 분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는 높은데, 지정학 리스크와 정책 리스크는 계속되고 금·채권 가격도 크게 요동치다 보니 만기가 짧고 이자에 집중할 수 있는 초단기채·MMF가 더 낫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는 겁니다. 향후 중동 리스크가 봉합되고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시화된다면 채권과 금으로 자금이 다시 돌아오는 흐름도 가능하지만, 당분간은 초단기 위주의 방어 전략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합니다.
<앵커>
지금까지 증권부 이민재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