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벚꽃 개화와 함께 봄이 시작되자마자 여름 의류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른 더위 조짐에 따라 반소매 티셔츠를 찾는 소비자가 늘자 패션업계 전반에서 출시 시점과 상품 전략을 앞당기는 모습이다.
5일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일주일간 '반소매 티셔츠'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161.9% 증가했다. '크롭 반소매 티셔츠'는 565.9%나 급증했으며, '무지 반팔티'와 '반소매'의 검색량도 각각 96.7%, 93.5% 늘었다.
이 같은 변화는 기온 상승 시점이 빨라진 데 따른 영향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벚꽃 개화일은 3월 29일로, 전년보다 6일, 평년보다 10일 빨랐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도 여름 상품의 반응이 예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플러스'는 지난달 24일 선보인 여름 상품 판매량이 작년 대비 10% 이상 늘었고, 대표 반소매 티셔츠인 '티슈 저지 슬림 반팔(반소매) 티셔츠'는 브랜드 내 최다 판매 제품으로 올라섰다.
캐주얼 브랜드 '에잇세컨즈'에서도 지난달 25일 여름 상품을 출시한 이후 지난 3일까지 반소매 상품 판매가 작년 동기 대비 28.5% 늘었다. 특히 '매직 슬림 반소매 티셔츠'는 117%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다.
이랜드월드의 여성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 '미쏘'에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3일까지 반소매 카테고리 판매량은 작년 동기 대비 51% 증가했다. 특히 냉감 관련 소재 상품의 판매량은 350%나 급증했다.
신세계톰보이 대표 브랜드 '스튜디오 톰보이'는 반소매 티셔츠와 가벼운 소재의 원피스, 슬리브리스 티셔츠 등 초여름을 겨냥한 제품들이 지난해보다 2주가량 이른 시점부터 판매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일부 제품은 일찌감치 매진을 앞두고 있어 추가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패션 브랜드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에서도 2일 기준으로 간절기용 윈드브레이커와 여름 상품인 반소매 티셔츠 등이 잘 팔리고 있다.
소비 변화에 맞춰 패션업계는 냉감·경량 소재를 앞세운 기능성 제품을 확대하고, 출시 시점과 물량을 앞당기는 등 계절 구분을 허무는 방향으로 상품 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LF는 냉감 기능성 중심의 제품을 확대하고 출시 시점을 앞당으며, 닥스골프는 초경량·고통기성 제품인 '에어리' 시리즈 물량을 20% 이상 늘렸다. 냉감 반소매 티셔츠 출시도 예년보다 2주가량 앞당겼다.
'헤지스'는 봄 제품에도 냉감 기능을 접목했다. 나일론 소재 기반의 이너웨어로 구성된 '테뉴 라인'이 그 사례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은 초여름을 겨냥한 초경량 바람막이 상품군을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출고할 예정이다.
할리데이비슨 컬렉션스는 아우터 제품군을 대폭 줄이고 티셔츠를 작년 대비 120% 늘려 일찍 찾아온 여름 수요에 대응하기로 했다.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인 '스파오'는 지난 1일 '쿨 인 모션'이라는 기획전을 열어 린넨, 시스루 등 시원한 소재의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2주 차부터 쿨진(경량 데님 팬츠)을 출시한다.
구호플러스는 올해 여름 상품의 출시 횟수를 기존 3회에서 5회로 늘려 시기에 맞는 맞춤형 상품을 보다 적시에 공급할 계획이다. 여름 상품의 생산 계획도 초도 물량 기준으로 작년보다 50% 확대하기로 했다.
에잇세컨즈는 기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데 주목해 반소매 티셔츠를 늘리는 동시에 두께가 얇은 긴소매 티셔츠와 한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 카디건, 집업 아이템을 주력으로 함께 구성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한섬은 시즌 개념 자체를 재정의하고 있다. 정해진 시점에 여름 상품을 내놓기보다 날씨를 보면서 유동적으로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예를 들어 예년보다 쌀쌀하면 여름 의류의 일정을 늦추고 봄 의류를 추가 투입한다거나 반대로 기온이 올라가면 여름 의류의 투입 일정을 앞당기는 식이다.
특히 민소매 이너류 제품은 사계절 판매할 수 있는 '캐리오버'(다음 시즌으로 이어서 판매) 상품으로 전환해 계절 구분 없이 판매하고 있다.
(사진=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