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란 전쟁 발발 이후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환시장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환율이 하루에 20∼30원씩 크게 움직이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졌다. 중동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지면서 당분간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일 원·달러 환율은 14.5원 내린 1505.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후 야간 거래에서는 하락폭을 줄여 1511.4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지난 달 중동 전쟁 여파로 환율이 하루 평균 11원 넘게 널뛰면서 외환 시장 거래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외환 거래량은 2000년대 들어서 20여년간 하루 평균 60억∼90억달러에서 움직이다가 2023년에 105억9천700만달러로 처음 10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달에는 140억달러(약21조)에 육박했다.
이전에 130억달러를 넘었던 경우는 지난해 6월과 올해 2월 단 두 차례뿐이었다. 지난해 6월에는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으로 환율이 크게 움직이면서 거래량이 133억2천만달러를 기록해 처음 130억달러를 넘었다.
지난달 거래량 급증은 미국과 이란 전쟁으로 환율이 높은 변동성을 보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 환차익을 노린 거래와 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헤지 물량이 늘면서 거래량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달 환율 일일 변동폭(주간 거래 기준·전 거래일 종가 대비)은 평균 11.4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전환 기대로 환율이 급락했던 2022년 11월의 12.3원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크다.
지난달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말 한마디에 환율이 하루에 20∼30원씩 크게 움직이는 널뛰기 장세가 이어졌다.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달 3일엔 26.4원 급등해 미국 관세 충격이 있던 지난해 4월 7일(33.7원)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지난 달 10일엔 전쟁이 빨리 끝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26.2원 급락했다.
환율이 종가 기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00원을 넘은 지난 달 19일 이후에도 널뛰기 장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엔 외환 당국도 환율 방어에 적극 나서면서 외환보유액이 39억7천만달러 감소했다.
일각에선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서 수출 기업들이 보유 달러를 대거 매도한 것도 거래량을 키운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환율이 1,500원을 넘으면서 수출 업체가 더 공격적으로 달러를 매도하고 있다"면서 "수입업체와 서학개미들의 달러 실수요 매수도 환율 수준과 관계 없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달에도 중동 정세에 따라 변동성이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일엔 30원 가까이 급락했다가 이튿날 20원 가까이 급반등했다. 사흘간 일평균 거래량은 121억4천500만달러다.
당분간 환율이 1,500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변동성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환율은 1,480원~1,520원에서 움직일 것"이라면서 "협상이 타결되더라도 상반기에는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환율 수준은 1,450원~1,500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