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겉과 속'이 다른 상품들이 속출하고 있다. 나스닥 액티브 ETF가 뉴욕증권거래소(NYSE) 종목을 대거 편입하거나, 코스피 액티브 ETF가 코스닥 종목을 담는 등 시장의 경계를 넘나드는 식이다. 운용업계는 초과 수익을 위한 '액티브한 전략'이라고 강변하지만, 정작 상품명을 믿고 선택한 투자자와의 약속은 뒷전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 이름은 나스닥인데 NYSE 종목이 27%
'TIME 미국나스닥100액티브'의 경우 상품명에 나스닥을 내걸었지만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종목이 전체의 21.2% 가량을 차지한다. △시에나 코퍼레이션(5.93%) △블룸에너지(3.37%) △버티브 홀딩스(2.35%) 등이 높은 비중으로 편입돼 있다.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도 NYSE 상장 종목이 전체 포트폴리오의 27%에 달한다. △엑슨모빌(3.95%) △코히런트(2.74%) △키사이트 테크놀로지(1.67%) 등이 주요 NYSE 상장 종목이다. 그나마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상품설명서에 "NYSE·AMEX 기업도 편입할 수 있다"는 내용을 써놨으나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이 같은 단서 조항조차 없는 실정이다.
액티브 ETF의 재량성을 감안하더라도 상장된 시장을 넘어서는 종목 편입은 재량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나스닥·NYSE·AMEX 종목을 고루 편입할 계획이라면 '나스닥액티브'가 아니라 '미국기업액티브' 등으로 이름을 지어야 투자자의 오해가 최소화 될 수 있음에도 금융당국과 거래소는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 '대부분' '주로 편입한다'는 무적의 방패
이런 식의 운용이 가능한 배경에는 느슨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의 방향성(상관계수)만 지키면 ETF 명칭·운용 전략에 대해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액티브 ETF가 이미 충분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기초지수를 복제해야 하는 패시브 ETF와 달리, 액티브 ETF는 시가총액 비중에 얽매이지 않고 특정 종목의 비중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권한이 이미 부여돼 있기 때문이다. 종목 선정과 비중 조절에서 상당한 자율권을 가졌음에도 시장 울타리마저 넘어 타 시장 종목을 대거 편입하는 것은 '운용의 묘'를 넘어선 정체성 훼손이라는 지적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는 상품설명서에서 "신탁재산의 '대부분'을 나스닥 종목에 '주로' 투자해 운용할 계획"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준이 모호하다보니 나스닥 상장사가 아닌 종목의 비중은 늘고 있다. 상장 당시 12.9%였던 NYSE 종목 비중은 1년여만에 27.0%로 2배 이상 늘었다.
이에 대해 한국거래소 측은 "상장 전에는 종목명 관련 논의를 하지만, 상장 후에는 따로 컨트롤하지 않는다"며 "0.7 상관계수를 지키고 있는지는 매일 체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 거래소 "코스닥액티브ETF에는 코스피 종목도 편입 가능"
심지어 최근 상장한 코스닥액티브 ETF에 삼성전자 등을 담아도 되는지에 대해서도 거래소는 '가능하다'는 답변을 내놨다.
거래소 측은 "코스닥액티브 ETF는 상품설명서상 코스닥 종목을 60% 이상 편입하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코스닥 종목 편입비 60%와 0.7 상관계수만 지키면 코스닥 시장을 벗어난 종목 편입도 가능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액티브 운용사 측은 "당장 담을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으나 실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이미 국내형 액티브 ETF 중에서도 시장을 넘나드는 종목 편입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TIME 코스피액티브'는 이름에 코스피를 명시했음에도 파두·삼천당제약·에이피알 등 코스닥 종목을 편입해 운용 중이다. 올해 초에는 에이비엘바이오와 알테오젠 등을 편입하며 코스닥 종목의 비중이 10%를 넘기기도 했다.
금융당국이 액티브 ETF의 상관계수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액티브 ETF 운용 전략의 모호함부터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용의 자율성이 확대될수록 상품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이름'과 '운용 전략'의 책임은 더욱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상관계수 규제가 완화될수록 액티브 운용역이 어떤 기준에 따라 종목을 고르는지 보여주는 운용 전략이 중요해진다"며 "지금도 나스닥에 주로 투자하겠다고 공언하고 타 시장 종목을 편입하는 실정이다. 규제를 풀기 전에 액티브 ETF의 운용 전략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부터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 관련 기사: 배당 ETF에 삼성·하이닉스가 35% [수상한액티브①]
▷ 관련 기사: '5년 연속 배당 기업' 담는다더니…'상장 3년차' 담은 ETF [수상한액티브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