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전 10시 이란 전쟁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이란과 합의없이도 2~3주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밝히면서, 월가에서는 연준이 연내 기준금리를 올릴지 모른다던 시각이 다시 수면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문제가 여전히 미궁 속에 놓여 있는 만큼,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월가딥다이브, 증권부 조연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조 기자, 어제 나온 트럼프의 일방적인 종전 검토설이 사실이었나 보네요?
<기자>
시장의 예상은 그렇습니다. 트럼프를 움직인 결정적인 트리거는 자국 내 기름값이었는데요. 현재 미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4달러를 돌파, 4.018달러로 집계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가가 요동쳤던 2022년 8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 중입니다. 이란 공격의 여파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을 넘어서 산유국인 미국을 타격하면서, 전쟁 발발 이후 미국 내 휘발유값은 35% 상승했고, 일부 지역(캘리포니아)에서는 갤런당 8달러가 넘는 주유소까지 등장한 상황입니다.
미국에서 휘발유값 갤런당 4달러가 심리적 저항선이라 불립니다. 이동에 차량이 필수다 보니 이 선을 넘으면 소비가 본격적으로 위축되고, 현 행정부에 대한 지지율도 크게 떨어지는 기준선 같은 것이죠. 전쟁 초반 "고유가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치러야 할 작은 대가"라고 말한 트럼프도 이제는 출구 전략을 찾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내일 오전 10시에 대국민 연설을 예고했습니다. 이에 앞선 오늘 나온 기자들 질문에서는 "우리는 '곧' 이란을 떠날 것"이라며 철수 시점은 "2주에서 3주 사이가 될 것"이라 말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호르무즈 해협 개방이란 전제조건이 이제 빠졌습니다. 트럼프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우리는 그 일과 아무 상관이 없다.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가서 직접 열면 된다"며 이란의 핵무기가 자신의 유일한 임무였고, 정권 교체와 핵능력 제거로 충분한 성과를 냈다고 자평했습니다. 트럼프는 앞서 SNS에 유럽 향해 "호르무즈서 직접 석유 가져가라"고 불만 표시하기도 했었죠. 결국 해협 봉쇄를 풀지 못한 상황에서 종전 합의와 무관하게 미국이 자체 판단으로 '셀프 종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전쟁이 장기화되는 것보다 협상 가능성으로 옮겨간다는 것은 긍정적인데, 전 세계와 시장의 몫으로 떠넘겨지는 후폭풍이 걱정입니다. 비용과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텐데요. 종전에 대한 이란 측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글로벌 시장을 안정시킨 것은 트럼프의 입이 아니라 이란 대통령의 발언이었습니다. "이란 역시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는데요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안토니우 코스타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의 통화에서 "추가 공격이 없다는 보장이 있다면 전쟁을 끝낼 준비가 돼 있다"며 화답성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 발언에 105달러 수준이었던 WTI는 간밤 한때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란 측은 공격 재발 방지를 위한 필수적인 보장 조건 5가지를 제시했는데요. 대이란 공격의 완전한 중단과 전쟁 재발을 방지하는 메커니즘 수립, 피해에 대한 명확한 배상,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합법적 주권 행사와 이에 대한 국제적 인정 등입니다.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인데요. 앞서 이란 의회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부과하는 계획안을 승인했습니다. 해협을 지나는 선박당 '특별 안보 서비스' 비용으로 200만 달러(약 30억원)를 부과하는 안과 수에즈·파나마 운하 통행료와 비슷한 수준인 40만 달러(약 6억원)를 받는 안이 검토되는 중입니다. 통행료 징수 현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 자체가 국제법 위반이라 논란이 예상됩니다.
한편, 그동안 침묵하고 있던 중국이 파키스탄과 함께 적극 개입에 나섰는데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와 회담을 갖고 호르무즈 해협 정상 통항 회복을 비롯한 5대 제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란 측이 중국의 중재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또 미국 중심의 중동 질서가 이번에 판이 흔들릴지, 5월 트럼프 방중을 앞두고 주목되는 부분입니다.
<앵커>
통행료를 징수하는 한 유가 하락을 기대하기 힘들어 보이는데, 월가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실제로 주식시장은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그만큼 떨어지진 않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WTI 가격이 간밤 전장 대비 1.46% 내린 배럴당 101.38달러에 마감했는데요. 4거래일 만에 하락한 것이지만 여전히 100달러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월가에서는 연내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소멸됐습니다. 페드워치를 보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 확률이 25%에서 3%로 급락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역시 "중동 사태를 지켜볼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현재 금리는 적절하다고 본다"고 말해 금리 유지를 시사하기도 했고요.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섣부른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먼저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데드라인'이 얼마나 구체적일지 불분명합니다. 이전에도 마감 시한을 정해놓고 늘 그 기한을 넘기는 편이었죠. 미군은 추가 병력도 여전히 배치하고 있습니다.
노무라는 "이란 전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2022년 인플레이션 급등기 때보다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고, 호주 소재의 윌슨자산운용은 "앞으로의 단계는 불확실성으로 인한 수요 감소와 원자재 비용 상승에 따른 회복을 평가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며 "전쟁이 끝나더라도 우리는 전쟁 시작 당시보다 더 나쁜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에 따른 전반적인 반등을 지나치게 낙관하지 말라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죠. 증권부 조연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