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장회사의 자기주식 보유·처분에 대한 공시 의무가 전면 강화된다. 자기주식을 활용한 단기 주가관리 관행을 막고,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정착시키겠다는 취지다.
금융위는 오는 5월 11일까지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다고 31일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계획과 실제 이행 내역을 자본시장법상 공시체계로 끌어올려 투명성을 높이고, 공시 대상을 ‘자기주식 1% 이상 보유사’에서 모든 상장사로 확대하는 것이다. 상법 개정으로 상장사는 자기주식을 취득한 뒤 원칙적으로 1년 내(기존 보유분은 1년 6개월 내) 소각해야 한다. 임직원 보상, 특정 경영상 목적 등 예외적으로 보유·처분이 필요한 경우에는 ‘보유·처분 계획’을 만들어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존에는 보유·처분 계획에 “2027년 주총까지 보유 후 임직원 보상에 활용” 등 포괄적 표현만 적히는 경우가 많아 실제 언제·어떤 방식으로 자사주가 처분되는지 일반 투자자가 파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앞으로 모든 상장사에 연 2회 자기주식 보유현황과 처리계획, 계획 대비 실제 이행현황까지 공시하도록 해, 상법상 계획 승인과 자본시장법상 공시가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공시 당시 사실과 다른 내용을 허위 기재하면 주의·경고, 과징금, 증권발행 제한, 임원해임 권고 등 행정제재는 물론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자기주식을 활용한 신탁·교환사채(EB)·장내매도 규정도 손질된다. 개정 상법에 따라 자기주식 취득을 목적으로 한 신탁계약 기간에는 신탁업자가 그 자기주식을 처분할 수 없고, 계약 종료·해지 시 지체 없이 위탁회사에 되돌려줘야 한다. 또 자기주식을 교환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이 금지되고, 주주균등처분·제3자 배정 외에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한 처분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에 맞춰 금융위는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신탁계약 기간 중 신탁업자의 자기주식 처분 금지’를 명문화하고,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관련 조항을 일괄 삭제한다. 시장에서 불특정다수에게 파는 장내매도 방식은 제한하되, 매수·매도 상대방이 특정되는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는 계속 허용한다.
금융위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상장사의 자기주식 활용이 시장과의 신뢰 속에서 이뤄지도록 유도해, 자사주가 단기 주가 관리 수단이 아니라 중장기적 기업가치 제고 수단으로 기능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입법예고 이후 법제처 심사,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