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금융당국이 자산운용사들을 소집해 상장지수펀드(ETF)의 과도한 마케팅 경쟁에 경고등을 켰다. 하지만 액티브 ETF 시장은 여전히 규제 사각지대에서 독주하고 있다. 특히 '배당'을 앞세운 액티브 상품들이 실제로는 배당주와 거리가 먼 대형 IT 종목을 높은 비중으로 담고 있어 투자자 오인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 반도체주 내리자 배당 ETF가 급락한 이유
2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4.71%, SK하이닉스는 6.23% 하락했다. 구글의 AI 데이터 처리 신기술 발표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문제는 반도체주 급락의 유탄을 맞은 상품 중에 '배당'을 간판으로 내건 ETF들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3.18%)와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배당성장액티브'(-2.95%)는 다른 배당 관련 상품 대비 낙폭이 두드러졌다. 이는 해당 ETF들이 전통적인 배당주보다 대형 반도체주를 높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준 TIME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중은 31.95%에 달한다. KoAct 배당성장액티브 역시 삼성전자우·SK하이닉스 비중이 36.83%를 차지하고 있다.

▲ '상관계수 0.7'만 지키자…이름과 알맹이 따로 놀아
삼성전자(우)와 SK하이닉스가 배당을 실시하긴 하지만, 통상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고배당주'나 '배당성장주'와는 거리가 있다. 그럼에도 이들 종목을 과도하게 편입할 수 있는 이유는 액티브 ETF 특유의 느슨한 규정 때문이다.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에 맞춰 종목을 구성하고 이와 연관된 이름을 써야 한다. '고배당지수' '배당성장지수'를 만들고 '한국고배당 ETF' '한국배당성장 ETF'라는 이름을 다는 식이다.
반면 액티브 ETF는 명칭과 관련해 별다른 규제를 받지 않는다. 비교지수와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만 유지하면 된다. 한국거래소의 '상장지수펀드증권 상장심사기준'에 따르면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명과 명칭이 유사해야 한다. 단, 액티브 ETF는 이 규정에서 예외인 상황이다.
실제 두 액티브 ETF는 배당 관련 지수가 아닌 '코스피200'을 비교지수로 삼고 있다. 상품명은 배당주 투자자를 겨냥하면서도 실제 운용은 시장 지수를 추종하기 위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거 담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액티브 상품 같은 경우 상관계수를 제외하면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며 "상관계수 규제가 더 완화될 경우 ETF 이름과 실제 전략이 따로 노는 '미스매치' 현상이 더욱 교묘해져 주식시장이 꺾일 경우 투자자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 "PDF 확인은 투자자 몫"…커지는 불신
문제는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상품 설명서를 꼼꼼히 체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배당'이라는 명칭만 보고 금융·보험·통신 업종 같은 방어적 성격을 기대하고 매수했지만, 실제로는 변동성이 큰 성장주에 노출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ETF 이름에 모든 전략을 담기는 어렵다"며 "ETF에 포함된 종목과 상품설명서까지 꼼꼼히 확인하는 것은 투자자의 몫"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ETF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기준에 따른다"며 "액티브 ETF 명칭을 규제하는 기준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 보도자료는 '한국판 SCHD'…실상은 코스피200
액티브 운용사들의 마케팅 방식도 논란의 대상이다. 과거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은 1주년 보도자료를 통해 'KoAct 배당성장액티브'를 미국 배당 성장주의 대명사인 'SCHD(Schwab US Dividend Equity ETF)'의 한국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홍보했다.
그러나 SCHD는 배당이 꾸준히 성장하는 기업만을 엄선한 지수(다우존스 미국 배당 100 지수)를 따른다. 배당 성향이 낮거나 매년 배당금이 동일한 기업이 다수 포함된 코스피200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지난해 배포한 마케팅 보도자료에서 "Korea플러스배당액티브는 증권·지주사·고배당주 중심의 액티브 전략으로 운용되는 상품이다. 키움증권, 미래에셋증권, 두산에너빌리티, 삼양식품 등이 핵심 종목이다"라고 명시했다. 정작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비중은 언급하지 않아 투자자가 상품의 실질적인 위험 요인을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크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최근 자산운용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기사와 보도자료를 활용한 과장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특히 홍보성 보도자료가 협회의 광고 심의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악용되는 점에 대해 각별한 유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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