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사실상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수에즈 운하와 유사한 방식으로 '선박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잇따라 확인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24일 밤(현지시간) 인도의 영어 TV 뉴스채널 '인디아 투데이' 인터뷰에서 "이란에 부과된 전쟁 상황으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한 일련의 조치가 시행 중"이라며 "침략 행위와 무관한 다른 국가들은 안전하고 확실한 통행을 보장하기 위해 이란 당국과 필요한 조율을 거친 후 해협을 통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22일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유사한 내용을 담은 서한을 전달했으며, 24일에는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 176개국에도 서한이 배포됐다.
이란 정부는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공격에 협조하는 미-이스라엘 동맹국을 제외하고, 중국·인도 등 "비적대적" 선박에 대해서는 통행료를 받고 통과를 허용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지난 21일 반(半)관영 '이란학생뉴스통신'(이스나·ISNA) 보도에 따르면 이란 의회에서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로부터 통행료를 징수하는 법안이 마련됐다.
중동 뉴스와 에너지 뉴스 전문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법안이 실제 시행될 경우 선박 1회 통행료는 약 200만 달러(3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걸프 해역에 발이 묶인 선박은 약 3천200척으로, 이들이 모두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면 약 64억 달러(한화 약 10조원) 규모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앞서 2019년에도 이와 유사한 법안이 트럼프 1기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정책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이란 의회에 제출됐으나 통과되지 않았다.
한편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26조와 제44조에 따르면 국제 항행에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모든 선박에 통과 통행권이 보장되며, 영해 내에서도 통과 자체에 통행료를 부과할 수는 없고 외국 선박을 위해 제공된 특정 서비스의 대가로만 비용을 청구할 수 있다.
이란은 이 협약에 서명하긴 했으나 비준하지는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