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에너지가 한국에 액화천연가스(LNG) 장기 공급 계약에 대한 '불가항력'을 선언했습니다.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 압박이 커지는 것은 물론 산업 전반에 차질이 예상됩니다.
자세한 내용 취재 기자와 알아 보겠습니다. 산업부 이지효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이 기자, 우선 이 '불가항력 선언'이라는 게 뭡니까?
<기자>
전쟁이나 천재지변 등 통제 불가능한 사태로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선언하는 겁니다.
배상 같은 법적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 고지하는 건데요.
최근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 생산 시설이 파손된 영향입니다.
이번에 포함된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이탈리아, 벨기에 등 4개국입니다.
그렇다면 왜 일부 국가만 지정하냐, 하는 의문도 생기실 겁니다.
규모가 가장 크게 고려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은 1위 중국 만큼이나 카타르에서 LNG를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인데요.
연 600만톤을 들여 옵니다. 현재 한국 전체 LNG 수입량은 15% 안팎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중국은 이보다 많은 연 1,400만~1,600만톤을 수입합니다.
불가항력을 선언하지 않고 공급을 끊으면 물어야 할 위약금이 높은 곳들인데요.
대형 고객에게만 불가항력을 선언했다는 이른바 '차별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유럽도 끼워 넣었다는 시각입니다.
이번에 파손된 시설인 라스라판에 유럽 물량을 전담 생산하는 라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
카타르가 계산기를 두드려봤다는 건데요. 그럼 비싸게 사면 되는 겁니까?
<기자>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
카타르가 '물량이 없어서 못준다'고 했지만 만약 한국이 비싸게 사겠다고 제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다른 곳에 팔 물량을 한국에 우선 배정할 유인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현재 한국과 카타르와의 계약은 10년, 20년 단위의 장기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가격이 국제유가에 연동돼 있어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현물 시장보다 훨씬 저렴한데요.
보통 3~6개월 전 유가를 반영하기 때문이고요. 장기기 때문에 가격을 좀 깎아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시장 상황이 바뀌었으니 가격 자체를 높이자"고 제안한 것일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장기 계약은 1엠엠비티유(MMBtu)당 약 12~13달러 수준인데요.
현물 시장 가격은 수급 불안으로 35~40달러까지 치솟은 상황입니다.
단위당 최대 3배 가까이 격차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추가 비용은 수조원 규모로 추정되고요.
<앵커>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한국가스공사라고요?
<기자>
한국가스공사가 국내에 가스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업체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 가스를 들여와 전국의 도시가스 및 발전 업체에 판매하는 구조인데요.
가스공사는 지금도 원가보다 낮은 가격에 가스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하고 있어서인데요.
한마디로 '비싸게 사서, 정해진 싼 요금으로 판다'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이 미수금으로 쌓여 사실상 적자입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말 기준 14조1,348억원에 달합니다.
이 미수금이 문제가 되면서 가스 요금을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6월 지방 선거가 끝난 이후 하반기부터 단계적 인상이 본격화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전력 사용 비중이 높은 업종의 타격도 예상됩니다.
발전 연료인 LNG 가격이 오르면 전기 요금 인상 압력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제조 원가 상승으로 직결되고요.
한국의 가스 의무 비축량은 약 9일치 사용분에 불과합니다.
<앵커>
반대로 이번 '불가항력 선언' 사태의 수혜가 예상되는 업체도 있습니까?
<기자>
포스코인터내셔널 같은 종합상사 업체입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 미얀마에서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데요.
가스 가격이 오르면 판매 단가가 뛰기 때문에 영업이익이 크게 늘어날 수 있습니다.
LNG 직수입사인 SK E&S도 마찬가지입니다.
미국, 호주 등에서 분산 조달하는 만큼 '불가항력 선언'의 직접적인 영향권은 아닙니다.
직수입한 저렴한 가스로 발전기를 돌려 비싼 전력도매가격(SMP)에 팔 수 있기 때문에 수익성 개선 효과가 있죠.
가까운 일본이 이번 사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이유도 이런 업체가 많아서인데요.
한국은 가스공사라는 한 공기업이 LNG 수입의 약 80%를 담당하는 단일 구조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대량 구매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평상시에는 비용을 낮추는 장점이 있지만 지금과 같은 비상 사태에는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입니다.
<앵커>
이 기자,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