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이란 전쟁과 중동 리스크가 길어지면서 국내 증시는 실적 훼손보다 외국인 매도와 밸류에이션 조정에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가·환율·외국인 수급이 선제적으로 요동치고, 그 여파가 지수 조정과 국채 금리 불안으로 번지는 구조다.
25일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국내 주식시장 최근 조정은 실적 훼손보다는 유가와 환율, 외국인 수급에 먼저 반응한 결과”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코스피 고점 이후 이달 23일 장중 5,406포인트까지 14% 조정을 받는 동안 외국인 순매도가 약 32조원, 이 중 83%가 반도체(27조원)에 집중됐다며 “유동성이 크고 지수 기여도가 높은 반도체·자동차 중심의 베타(시장 민감도) 축소”라고 설명했다.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상승 추세 내 깊은 조정’ 구간으로 평가했다. 노 연구원은 “현재 지수는 20일선 아래, 60일선 위에 있어 단기 과매도 구간을 지나 추세 자체는 유지된 상태”라며 “5,350~5,500포인트는 밸류와 38.2% 되돌림이 겹치는 1차 지지, 5,080~5,170포인트는 50% 되돌림과 60일선이 만나는 핵심 기술적 지지 구간”이라고 설명했다. 이익 전망이 버티는 한 ‘기술적 바닥’은 20일선과 60일선 사이에서 확인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익 측면에서는 아직 전면적인 하향 사이클로 보기는 이르다는 진단이다. 노 연구원은 “글로벌·미국·한국 제조업 PMI가 모두 50을 웃도는 만큼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처럼 시클리컬 전반 이익이 동시에 꺾이는 국면은 아니다”라며 “다만 PMI가 50 아래로 내려가 그 상태가 몇 달 지속되면 화학·운송·비철 등 원가·운임 민감 업종부터, 이후 철강·기계·IT하드웨어 같은 경기민감 제조업으로 실적 훼손이 전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사태와 관련해서는 협상 기대와 장기전 우려가 국채 금리를 통해 자산시장 전반을 압박하는 양상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이란에 핵·미사일·대리세력 포기 등을 요구하는 15개 조항의 종전·휴전안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란 강경파가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라며 “협상 기대와 전쟁 장기화 우려가 뒤섞인 상황에서 미국·유럽 국채 금리가 오르며 ‘금리 발작’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협상이 진행되더라도 변동성 장세와 국채 금리 상승이 이어지면 경기와 자산시장에는 상당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