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이 4주차에 접어든 가운데 미국 협상팀이 이란 측에 핵 포기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 보장 등을 골자로 한 15개 조항의 포괄적 합의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장기화와 유가 급등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뉴욕증시는 이 소식이 전해진 현지시간 오후 장 마감 전후 반등했다. 24일(현지시간) 오후 6시 현재 시간 외 거래에서 S&P500 선물은 6,593포인트 부근까지 올라 정규장 종가 대비 약 0.7% 상승 중이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63포인트, 0.37% 하락한 6,556.37에, 나스닥 종합지수는 184.87포인트, 0.84% 밀린 21,761.89에 마감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84.41포인트, 0.18% 내린 46,124.06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전쟁 장기화 우려 속에 690억 달러 규모의 미 2년물 국채 입찰이 부진한 수요를 기록하면서 위험자산 가격은 꾸준히 하방 압력을 받았다. 2년물 국채 금리는 장중 최대 10bp(1bp=0.01%) 오른 3.96%까지 치솟았고, 10년물 국채금리는 4.40%까지 뛰었다.
국제유가는 이날 장중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5월 인도분 기준 배럴당 92달러대로 다시 올라섰다. 미국 자동차협회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3.977달러로 2022년 5월 이후 최장 기간 상승세를 보이면서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가능성을 키웠다.
그러나 위축된 시장 분위기는 이날 오후 늦게 이스라엘 채널12가 익명의 소식통 3명을 인용해 미국이 15개 조항 합의안을 이란 측에 전달했다는 보도 이후 뒤집혔다.
뉴욕타임스(NYT)와 타임즈 오브 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미국 측 협상단인 재러드 쿠슈너 수석 보좌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 등이 파키스탄을 경유해 이란 측에 핵 능력에 대한 포기 등 15개 조항의 합의안과 이를 논의할 한 달 간의 휴전 제안을 함께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이란간의 협상은 현재 파키스탄 육군참모총장 아심 무니르(Syed Asim Munir)를 핵심 중재자로 삼고 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거쳐 이란측 협상 대표인 갈리바프 의회 의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이들 매체 모두 합의안 원문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소식통을 인용한 대략의 윤곽만 공개된 상태다.
이스라엘 채널12에서 공개한 합의안은 이란에 대한 사실상 전면적 항복을 요구하는 수준이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합의안은 이란의 기존 핵 능력의 완전한 해체와 영구적인 핵무기 개발 포기, 나탄즈·이스파한·포르도 등 주요 핵시설을 폐기한 뒤 현재 보유중으로 알려진 60% 농축 우라늄 450kg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이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합의안은 비공개로 처리된 1개 조항을 제외한 14개 조항이다.
또한 후티 반군 등 아라비아 해와 홍해 일대를 어지럽힌 중동 지역 내 대리세력에 대한 자금·무기 지원 중단, 미사일 프로그램의 사거리·수량 제한 등도 포함됐다. 미국은 이러한 조건을 받아들이는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전세계 나라들이 시행해온 제재를 전면 해제하고, 민간 핵 프로그램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측의 갈등 완화가 합의안대로 실현되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해서도 완전한 통행의 자유를 확보하는 방안도 명문화될 전망이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은 개전 이후 사실상 봉쇄 상태로,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란은 일부 상업 선박에 건당 최대 200만 달러의 비공식 통행료를 요구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집무실에서 마크웨인 멀린 국토안보부 장관의 취임 선서식을 가진 뒤 “우리는 이란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다”며 협상의 1순위도 2순위도 3순위도 이란이 핵무기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지도부를 제거해 사실상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면서 “우리는 올바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고 그들은 절박하게 합의를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란의 새로운 지도부가 전날 석유·가스와 관련된 “엄청난 가치의 매우 큰 선물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모호하게 공개한 해당 조건과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거래와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란이 국제해사기구(IMO) 회원국들에게 서한을 보내 비적대적인 선박은 협조 하에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허가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사태 완화에 대한 기대는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100억 달러 가치의 발전소를 파괴하지 않고 끝낼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며 이번 갈등 종식에 대한 뜻도 내비쳤다.
그러나 이러한 발언과 달리 이란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압박은 계속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최정예 부대인 제82공수사단 3,000명의 중동 배치 명령을 수 시간 내 발령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 공수사단은 배치 명령 직후 최대 18시간 내 작전 지역에 투입 가능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정한 이란 에너지시설 타격 유예 시한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악시오스는 미국과 이란 간 고위급 회담이 오는 목요일 개최될 수 있다고 보도하는 등 양국간의 갈등이 이번 주 변곡점을 맞이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