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비공식 접촉을 통해 긴장 완화를 모색하고 있지만, 협상 진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23일(현지시간) 가디언이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는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부 장관과 물밑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이집트 외무부가 양측 간 대화 진행을 지난 22일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여기에는이집트와 오만, 파키스탄, 카타르, 튀르키예 등 여러 국가가 동시에 중재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 접촉은 본격적인 협상이라기보다 탐색 단계 성격이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파키스탄 정부 실세로 꼽히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이 지난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데 이어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대화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향후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참여하는 추가 회담이 중재국으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파키스탄에서 열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에너지 동맥' 호르무즈 해협을 48시간 안에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는 자신의 경고 때문에 이란 측이 먼저 대화를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이란 지도부는 국내 정치를 고려한 듯 미국의 압박에 굴하지 않는다는 강경론을 되풀이했으나 간접적인 소통 사실은 시인했다.
이란 외무부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은 협상한 적이 절대 없다며 미국이 '가짜뉴스'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이란 당국은 점차 대화 사실을 시인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이란 외무부 에스마일 바가이 대변인은 우방국들을 통해 전쟁 종식을 위한 미국의 협상 요청 메시지를 받았으며 이란의 원칙적 입장에 따라 적절히 응답했다고 밝혔다. 협상이 없었다고 항변하고 호르무즈 해협 등에 대한 이란의 기존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강경론을 되풀이하면서도 간접대화 사실은 공식 확인한 것이다.
가디언은 이란의 이 같은 미묘한 태도 변화의 배경을 두고 내부 권력 구조의 혼란을 지목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암살된 이후 권력 구심점이 약화됐고, 그의 역할을 대신하던 알리 라리자니마저 사망하면서 의사결정 구조가 불안정해졌다는 것이다. 후임인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경우 공개 행보가 없어 실질적 권력 주체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누구를 협상 상대로 삼을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갈리바프 의장이 실권을 쥐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지만, 그의 대표성이 불확실해 협상 성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대화가 실패할 경우 "우리는 그저 마음껏 폭격을 계속할 것"이라며 지속적인 군사적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