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전쟁이 당장 끝나더라도 글로벌 에너지 시장이 정상화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2일(현지시간) 이란이 미국의 요구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재개방하더라도 글로벌 석유 및 가스 시장은 최소 4개월간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쟁으로 인해 생산과 운송, 정제 등 에너지 산업 전반의 흐름이 동시에 흔들린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영향으로 올해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은 당초 목표치보다 3%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액화천연가스(LNG) 생산량 역시 매달 700만t씩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연간 LNG 공급량의 약 2%에 달하는 손실이다.
공급 회복에도 시간이 필요하다. 걸프 지역 주요 산유국들은 현재 하루 원유 생산량을 전쟁 이전의 40% 수준으로 낮춘 상태이며, 이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만 2∼4주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LNG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LNG 핵심 생산기지인 카타르의 라스라판 산업단지가 공격을 받아 전체 설비 용량의 17%가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이는 전 세계 LNG 공급량의 약 3%에 해당한다.
카타르는 관련 시설 수리에 최장 5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교적 피해가 적은 설비도 재가동까지 최대 7주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운송망 역시 병목이 예상된다. 휴전이 선언되더라도 선박들은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수 주간 운항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고, 파손된 항만과 선적 설비 복구에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여기에 중동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보험료가 선박 가치의 최대 10%까지 치솟은 점도 부담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초대형 유조선은 일감을 찾아 이미 대서양으로 넘어간 상태라, 이들이 왕복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데에만 최장 90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결국 멈춰선 에너지 산업 사이클 전반을 재가동하는 과정에는 연쇄적인 시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이코노미스트의 분석이다.
그 사이 에너지 가격은 계속해서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이미 전쟁 이전보다 54% 상승했고, 유럽 가스 가격은 85% 치솟았다.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가 '봄의 기적'을 기도하고 있지만, 설령 트럼프 대통령과 이란의 종교 지도자들이 이 염원을 들어주더라도 석유와 가스의 물류 문제는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에너지 시장은 겨울철까지 전쟁의 여파를 겪으며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